대형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 입찰 과정에서 수천억원대의 무상 품목을 슬쩍 유상 처리하거나, 필수 품목을 누락시켜 공사비를 낮게 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22일 "강남권 5개 재건축 조합에 대해 서울시 등과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합동점검한 결과 76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했다"며 "5곳의 시공사 모두와 13건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점검이 진행된 곳은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와 서초신동아, 방배6, 방배13, 신반포 15차 재건축 단지다. 반포주공1은 현대건설, 서초신동아와 방배6은 대림산업, 방배13은 GS건설, 신반포15는 대우건설이 각각 시공을 맡았다.
적발된 사례 가운데 시공자 입찰에서 문제가 된 것은 11건이다. 특히 일부 업체는 5026억원에 이르는 무상 특화 전체 품목을 총공사비 2조 6363억원에 슬쩍 끼워넣어 유상으로 중복 설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5개 단지에서 건설사들이 중복 설계한 무상 품목만도 '천정형 시스템 에어컨'이나 '발코니 확장', '행주도마살균기'와 '현관 스마트도어록', '전기차 충전기 설비'와 '무인택배시설'까지 150개에 이른다.
조합 입찰기준에 따라 반드시 설계에 포함돼야 하는 품목을 누락시킨 뒤, 이를 근거로 공사비를 낮춰 입찰을 따내려 한 행위도 다수 적발됐다. '스마트오븐'과 '욕조', '지열냉난방시스템' 등 4곳에서 29개 품목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들 건설사가 조합 기준을 어겨 대안설계를 제안하거나, 개별홍보 행위에 나선 사례도 여럿 적발됐다.
대형 건설사들의 이러한 '꼼수'는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이나 분쟁으로 연결될 소지가 크다. 특히 향후 시장 과열시 반복될 개연성이 높아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이번에 적발된 나머지 65건은 예산회계 37건, 용역계약 14건, 조합행정 9건, 정보공개 5건 등 조합 운영 과정의 문제였다. 28건은 시정명령, 7건은 환수, 28건은 행정지도가 이뤄졌다.
당국은 조합원 총회 의결 없이 용역계약을 맺은 3개 조합의 임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조합 임원이나 총회 미참석자 등에게 부당 지급된 수당을 비롯, 결과물도 없이 지급된 용역비 등 2억 7천만원은 조합에 다시 환수하도록 조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공자 선정 과정 등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라며 "재건축 조합들도 회계감사 제도를 적극 활용해 건설사와 일부 조합 임원들의 고질적인 위법행위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8-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