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發) '대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또다른 변수인 '북한 리스크'는 4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상당히 낮아질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GM 사태나 조선업 구조조정에서 보듯, 대내적으로 풀어야 할 당면 과제도 산적했다는 지적이다. 본격적인 '경제 훈풍'으로 이어지기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한반도 리스크'는 정치 외교 국방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최대 변수이자 어찌 보면 상수이기도 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한번 쏘면 주가와 환율이 출렁대고, 한국에 올림픽을 보러 가도 될지, 투자해도 될지를 한번 더 고민하게 만든 장애물이 돼왔다.
하지만 지난 십여년간 꽉 막혔던 남북 대화에 바야흐로 물꼬가 다시 트이면서, 4월말 정상회담이 우리 경제에도 일대 모멘텀이 될지 주목된다.
당장 대외신인도나 국가신용등급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불과 몇달전만 해도 "이러다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지만, 한반도 두 정상의 만남 소식에 일단 자취를 감췄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향후 정상회담에서 북과 '핵 동결' 수준까지 합의한다면 이는 북미 대화로 이어질 것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비핵화까진 많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이런 시도가 대북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비전으로도 제시했던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논의까지 현실화될 경우,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불안 심리는 한층 엷어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국내 업계 등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구체적인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이뤄지긴 쉽지만은 않을 거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의 남북 훈풍과 달리, 지금은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 국면이어서다.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남성욱 교수는 "남북이 합의하더라도 한국이 UN결의를 위반하고 경제협력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 대목이 딜레마이고 4월말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가 제재를 완화하는 국면으로 들어선 뒤에나 남북 경제협력의 여러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많은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7일 여야 5당 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국제적인 제재와 압박의 틀 속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규정했는데, 여기에 경제협력 사안도 예외가 아닐 것임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남북간, 내쳐 북미간의 '대화 모드 전환'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숙명처럼 짊어지고 왔던 우리 경제에 일단 청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는 심리"라는 한 문장에 그 이유가 녹아있다.
다만 북한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더라도 '청년실업'이나 '가계부채'처럼 우리 경제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 역시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발등의 불이 된 GM사태나 침체일로의 조선업 구조조정 여부, 이로 인한 대량 실직 위기에도 직면해있긴 마찬가지다.
정부는 8일 성동조선과 STX 등 그동안 공적자금 수조원을 투입해온 중견조선사들의 청산 여부를 확정하는 한편, 군산에 대한 산업·고용위기 특별지역 지정 및 통영 등 지역경제 지원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날 오전 김동연 부총리 주재로 열리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한 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결과를 발표하고 오후에도 정부 합동 브리핑이 이어진다.
정부 안팎에서는 성동조선의 경우 법정관리인 기업회생절차로, STX조선은 강도높은 자구책을 전제로 회생시키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18-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