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실사' 급물살…'지원 여부'는 5~6월 판가름


정부와 GM이 '조속하고 성실한 경영실사'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당초 이달말까지 자금 지원 요청을 결정해달라던 GM측도 사실상 '데드라인 철회'로 물러서면서, 앞으로의 실사 절차와 결과뿐 아니라 이후 협상 추이가 주목된다.


정부는 22일 GM본사 베리 앵글 해외사업부문 사장과의 만남에서 GM측에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정부가 세운 3대 원칙은 △회사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구조조정의 기본적 원칙에 따라 주주와 채권자, 노조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 △당장의 어려움을 넘기는 응급조치가 아니라 장기적 지속 가능한 경영전략 마련 등이다.


기획재정부 고형권 1차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이인호 차관은 앵글 사장에게 이들 원칙을 제시하면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정부에 공식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번주초에 관계 장관들과 비공개로 현안 간담회를 갖고 GM 문제를 논의했다"며 "이들 3가지 원칙을 마련해 GM측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GM측도 3대 원칙에 대해 "합리적(reasonable)"이라고 수긍하면서, 빠른 시일 안에 공식 채널을 통해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정부와 GM측은 특히 한국GM의 경영 상황 판단을 위한 산업은행과 GM간 재무실사 실시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전날 앵글 사장과 만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삼일회계법인(PWC)을 담당기관으로 선정해 실사를 진행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GM측은 실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하는 한편 "실사가 최대한 빨리 개시돼 조기 완료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 부총리는 "GM측이 실사를 충실히, 최대한 빨리 받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며 "통상적인 속도보다 실사를 빨리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입장을 정하기 위해선 실사가 전제돼야 하며, 실사 없이 결정을 내리는 자체는 근거가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산업은행은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내달초부터 실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보통 실사에 2~3개월 걸리는 걸 감안하면 오는 5~6월쯤 실사 결과를 놓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GM측은 그동안의 물밑 접촉에서 △본사 차입금 27억 달러에 대한 출자 전환과 △향후 10년간 28억 달러 신규 투자시 산업은행이 지분비율만큼 참여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산은의 지분율이 17%인 걸 감안하면, 각각 5천억원씩 1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아울러 GM측은 이달말 만기인 본사 차임금 5억 8천만 달러에 대한 공장 담보 제공과 함께 세제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도 요구했다.


다만 김 부총리는 "(GM측이) 공식 요구를 한 것인지도 애매하다"며 "공식 요구 단계 이전에 3가지 원칙과 실사 문제에 이해를 같이 해야 하고, 그러면 공식 요구 문제도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GM측이 공식 채널을 통해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출하면, 여기에 포함된 요구사항들을 놓고 정부도 본격적인 내부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안팎에선 GM이 요구한 출자 전환 참여는 거부하되, 신규 투자엔 조건부로 참여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출자전환은 지금까지의 경영 부실을 책임지는 '올드머니' 성격이 큰 만큼, '뉴머니'인 신규투자와 엄격히 구분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정부는 이같은 관측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 여부는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사 이후 협상 과정에 들어간 뒤에나 거론할 얘기란 뜻이다.


하지만 대체적인 정부 기류가 유상증자 참여에 부정적인 데다, 신규 투자 참여 여부도 실사 결과에 따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의 협상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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