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회사는 매년 순익만 조(兆) 단위로 남기는데, 왜 소비자에겐 혜택이 한 푼도 안 돌아오나?"
국내 휴대폰 이용자가 3천6백만명을 넘길 정도로 이동통신 시장이 크게 성장했지만, 휴대폰 기본요금은 OECD평균에 비해 여전히 높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본료 OECD평균보다 40% 높아"▽
이통3사가 발표한 실적 보고서들에 따르면, 전체 매출액에서 기본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간 5조원 규모. SK텔레콤이 약 3조원, KTF가 약 1조5000억원, LG텔레콤이 약 5000억원의 기본료를 매년 거둬들이고 있다.
현재 국내 휴대폰 월(月) 기본 요금은 대략 1만4000원. 이같은 수치는 OECD 회원국 평균인 1만원보다 40%나 높다는 게 시민단체측 설명이다.
참여연대 이지은 간사는 "특히 보급률을 감안하면 기본요금은 여전히 비싸다"고 말한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사업 초기보다 다섯 배 이상 늘어나면서 원가가 줄었는데도 요금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지난 200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휴대폰 가입률이 높은 룩셈부르크(86.2%)나 오스트리아(76%), 노르웨이(75%) 등 유럽국가들의 휴대폰 기본요금은 1만원이 채 안된다.
또 환율을 단순 적용하면 우리나라 휴대폰 기본요금이 일본(4만9590원)이나 프랑스(3만1030원)보다 싸지만, 실질구매력지수(PPP)를 함께 적용해야 각 나라의 소득수준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게 참여연대측 설명이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기준으로 볼 때 OECD국의 평균 기본요금은 9762원"이라며 "우리가 1.43배 비싼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1만원대로 낮춰도 연간 순익만 8000억"▽
따라서 휴대폰 보급률이 60%를 넘는 우리나라도 기본요금을 30%가량 낮춰 OECD평균인 1만원 안팎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소시모) 김정자 상담부장은 "최근 이동전화와 관련된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들 상담 가운데는 기본료 등 이용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또 "휴대폰 이용자가 몇 년새 급증하면서 이동통신회사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순익을 내고 있다"며 "그럼에도 기본요금은 몇년전과 비교해 그리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요금을 30% 낮출 경우 이통3사의 연간 매출액은 1조5000억원 정도 줄어든다. 지난해 3사가 낸 총 순익 2조3850억원의 약 63%가량 된다. 여전히 연간 8850억원의 순익이 남는다는 얘기다.
기본요금 외에 통화료를 비롯한 기타 부가 요금들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소시모 김정자 부장은 "업체들이 198가지에 이르는 요금 제도와 수많은 부가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가입 당시 원하지 않은 컬러링이나 레터링 같은 부가 서비스 요금 때문에 나중에 항의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SK텔레콤 "매년 요금 내리고 있다"▽
이통사들은 이같은 시민단체측 주장을 100% 인정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이미 재작년 8.9%, 지난해 7.3% 요금을 인하했다"며 "올해 경우 요금 인하를 위한 추가 여력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사실 시민단체 기준으로 따지면 요금이 안 높은게 뭐가 있겠느냐"며 "회사 입장에선 시민단체 요구대로 기본료를 내리는 대신, 통화료를 올리는 방법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 고객들은 타사에 비해 통화량이 많은 편"이라며 "따라서 기본료보단 통화료를 내리는 게 고객들에게 더 혜택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단말기 보조금을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는 한국과 핀란드뿐"이라며 "1위 업체인 SK텔레콤과 노키아(Nokia)를 견제하기 위해 반(反)시장경제적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액 과징금'과 '법 무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요금 인하'보다 '단말기 보조금의 부분적 허용'이 현실적이란 얘기가 최근 흘러나오는 것도 이러한 논리에서다.
▽정보통신부 "현 요금수준 적절하다"▽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는 시민단체 주장에 대해 "PPP가 소비재 가격 비교엔 유효할 지 몰라도, 막대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이동전화 요금 비교엔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그럼에도 PPP를 기준으로 따졌을 때 통화료를 포함한 전체 요금의 경우 월 50분 사용시 OECD 평균치보다 13% 높지만, 월 200분을 사용할 땐 OECD 평균의 76% 수준"이라며 "SK텔레콤 사용자들의 월 평균 사용량은 200분가량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PPP가 아닌 단순 환율 기준으로는 OECD 평균치의 53%, 구매력을 감안하면 OECD평균치의 76% 수준으로 외국보다 결코 (요금 수준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휴대폰 요금 변경시 KTF와 LG텔레콤은 정통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반면 휴대폰 사용인구의 절반을 넘는 1800만명 이상이 쓰고 있는 SK텔레콤 경우, 요금을 내리기 위해선 정보통신부의 인가가 필요하다.
정통부는 올 하반기 이후에나 휴대폰 요금 인하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요금 인하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혜택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비 확보가 곤란하고 통화 품질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 이익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진대제 장관도 최근까지 "통신산업은 어느 정도의 잉여를 바탕으로 투자해 발전한다는 점에서 요금을 내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요금 인하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론 투자 줄이고, 마케팅 비용만 늘려▽
하지만 정통부측의 '기대'에도 불구, 이통3사 모두 투자 비용은 당초 계획보다 줄이는 대신, 마케팅 비용은 크게 늘리고 있다.
작년 2조5000억원을 설비 투자에 투입하겠다던 SK텔레콤은 이보다 훨씬 적은 1조6960억원만을 지난해 설비 투자에 집행했다.
SK텔레콤의 올해 설비 투자 계획은 작년 수준인 1조7000억원. 대신 마케팅 비용은 1조8360억원으로, 작년보다 2500억원이나 늘려잡았다.
KTF도 작년 1조831억원였던 설비 투자 규모를 올해 9300억원으로 줄였다. LG텔레콤 역시 지난해 4492억원였던 설비 투자를 올해엔 4060억원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후발업체 또한 올해 마케팅 비용은 각각 8400억원과 42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늘려잡았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투자를 위해 요금을 못 내리겠다는 업체들의 논리에 큰 모순이 있음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SK텔레콤 관계자는 "올해 마케팅 비용 중에는 프로모션 비용 외에 '대리점 수수료'등의 고정비용도 절반 이상 포함돼 있다"며 "따라서 1조8360억원이 일반적 의미의 마케팅에만 투입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의 다른 관계자는 "순익이 많은데도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환원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공감할 수 없다"며 "단일 기업으로 1년에 투자 비용만 2조원 가까이 집행하는 곳이 대한민국에 또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2004-06-14 | donga.com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