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이 법정처리시한을 넘긴 지 나흘만인 6일 새벽 국회를 통과했다. 총지출은 정부 안인 429조원에 비해 1374억원가량 줄어든 428조 8626억원 규모로 최종 확정됐다.
이같은 규모는 올해보다 28조 3천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증가율은 7.1%에 이른다.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인 4.5%를 크게 웃도는 확장적 재정 편성이다.
진통 끝에 정부의 당초 계획과 비슷한 규모로 예산안이 확정되면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토대로 한 문재인정부의 'J노믹스'도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게 됐다.
실제로 총지출 가운데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33.7%인 144조 7천억원을 차지, 역대 예산 최초로 3분의1을 돌파했다. 하지만 당초 정부 안인 146조 2천억원에 비해선 1조 5천억원가량 줄어들었다.
내년 7월부터 도입하려던 '아동수당'이 지방선거 이후인 9월로 늦춰진 데다, 지급 대상에서 '소득수준 상위 10%'가 제외된 데 따른 결과다. 내년 4월부터 '20만원→25만원'으로 인상하려던 기초연금이 9월 이후로 늦춰진 것도 복지 분야 예산 축소를 불러왔다.
대신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정부 원안보다 1조 3천억원가량 늘어난 19조원이 책정됐다. 예산안 막판 협상과 조율 과정에서 일명 '쪽지예산'으로 불리는 지역사업들이 대거 포함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22조 1천억원이던 SOC 예산 가운데 20%에 이르는 4조 4천억원을 감축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실제 감소 폭은 14.2%인 3조 1천억원에 그쳤다.
69조 6천억원을 책정했던 일반·지방행정 예산도 6천억원 줄어든 69조원으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일반·지방행정 예산은 올해보다 5조 6천억원 많은 8.9%의 한자릿수 증가율에 머물게 됐다.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2조 8천억원(7.0%) 증가한 43조 2천억원, 교육 예산은 6조 8천억원(11.8%) 늘어난 64조 2천억원, 산업·중소·에너지 분야는 2천억원(1.5%) 늘어난 16조 3천억원으로 각각 확정됐다.
R&D(연구개발)는 올해보다 2천억원(1.1%) 증가한 19조 7천억원, 농림·수산·식품은 1천억원(0.5%) 증가한 19조 7천억원, 외교·통일은 2천억원(7.0%) 늘어난 4조 7천억원, 공공질서·안전 분야는 9천억원(5.1%) 증가한 19조 1천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반면 문화·체육·관광 예산은 6조 5천억원으로 올해보다 6.3%, 환경 예산은 6조 9천억원으로 0.3% 각각 삭감됐다.
핵심 쟁점이던 소득세와 법인세 등 세법개정안도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소득세의 경우 내년부터 정부 원안대로 과세표준 3억~5억 구간 세율은 기존 38%→40%, 5억 초과 구간은 40%→42%로 상향된다.
나머지는 현행대로 1억 5천만원~3억원 구간은 38%, 8800만원~1억 5천만원 구간은 35%, 4600만원~8800만원은 24%, 1200만원~4600만원은 15%, 1200만원 이하는 6%로 세율이 유지된다.
이른바 과표 3천억원을 넘는 '슈퍼 대기업'에 적용될 법인세 최고세율은 22%→25%로 상향 환원됐다. 소득세율 인상으로 근로소득자의 상위 0.1% 등 9만 3천명이 올해보다 1조 800억원가량, 법인세 환원으로 77개 기업이 2조 3천억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일과 2일엔 상속세와 증여세 등 10개 세법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년부터 총급여액 5500만원 이하의 무주택 근로소득자는 월세액의 12%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제 대상 월세 한도는 750만원이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300만원까지 감면되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일몰 적용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한도는 서민형과 농어민 경우 400만원까지 확대된 반면, 일반형은 현행대로 200만원까지 적용된다.
내년부터는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견기업에게 700만원의 공제 혜택이 주어지고, 탈세 제보시 포상금은 최대 40억원으로 상향된다.
2017-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