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2년여만에 부활되면서, 빠르면 이달말쯤 첫 대상지역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주요 투기과열지역이 '후보'에 대거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가 곧바로 카드를 꺼내들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2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 요건 완화 방안이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7일부터 발효됐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땅값과 건축비 등을 감안, 일정 가격 이상으로 분양가를 책정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그동안 공공택지에는 줄곧 적용돼왔지만, 민간택지에 대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걸어놓은 바람에 2015년 4월 이후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하지만 턱없이 높은 분양가 책정이 부동산 과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면서 8.2 대책에 포함됐다. 주변 집값을 덩달아 뛰게 만든다는 까닭에서다.
발효된 시행령을 보면,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배를 일단 넘어야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
'투기지역'인 서울의 경우 최근 3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0.18%에 그친 반면, 집값 상승률은 4배가 넘는 0.76%를 기록했다. 서초구를 제외한 나머지 24개구가 여기에 모두 해당된다.
경기도의 경우 안양 만안구와 동안구, 성남 분당구, 고양 일산서구, 시흥·김포가 포함된다. 인천 연수구와 대구 수성구 및 중구, 강원도 동해와 속초, 충남 계룡, 전북 익산, 전남 나주, 경북 문경 등도 '1차 공통요건'을 충족한 지역들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려면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5대1(85㎡ 이하는 10대1) 초과 ▲직전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가운데 하나의 요건도 충족돼야 한다.
당국은 이달 중순까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 뒤, 최종 후보 지역을 추리겠다는 방침이다. 주택거래량과 분양가 상승률은 이달 중순 이후에나 집계되기 때문이다.
1차 공통요건과 2차 요건에 해당되더라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선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회의 일정이 아직 잡혀있지 않은 만큼, 각종 통계 집계와 분석이 끝난 뒤 빠르면 이달말에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주변 지역으로 집값 과열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기 때문에, 심의 결과 곧바로 적용지역을 확정해 발표할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부동산 과열의 '진원지'로 꼽혀온 서울 강남 3구도 분양하는 아파트가 대부분 재건축 단지여서, 적용 사례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확정되더라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관리처분계획 인가신청분'부터 적용되지만, 내년말까지 분양을 앞둔 아파트들은 이미 인가를 마쳤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를 당장 적용할 만큼 과열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상 급등 현상이 감지될 경우 이를 막기 위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