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와 정의 외친 시대의 양심"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방송 CBS가 26일 소중한 자리를 마련했다. '뉴스부활 30주년 감사 콘서트'다.

어느덧 세월이 훌쩍 흘렀지만 1980년대는 암울한 시대만큼이나 CBS에게도 시린 아픔이 서려있다. 1980년 '광주의 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신군부는 폭압적인 언론통폐합 조치를 강행하며 CBS의 뉴스 보도와 광고 기능을 박탈했다.

보도와 광고가 중단된 7년의 시간은 CBS에 엄청난 기회 손실과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 CBS만의 차별화된 언론사로서의 위상은 물론이고 재산상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후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산물로, 그리고 CBS의 기능 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들과 교계의 성원으로 그해 10월 19일 CBS 뉴스는 재개됐다. CBS는 30년 전 그 날을 기억하고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뉴스부활 30주년' 기념행사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촛불 혁명 1주년'을 앞두고 광화문 광장에서 감사 콘서트를 갖게 된 데 큰 의미가 있다. 광화문 광장은 열린 민주주의의 산실이자 소통과 화합의 장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상징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CBS는 바로 이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뉴스부활 기념행사를 계기로 어떠한 외압에도 굴하지 않는 '참 언론', '민주 언론'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다. 

따지고 보면 1954년 12월 최초의 민간방송으로 개국해 올해로 창사 63년째를 맞은 CBS는 처음부터 종합편성 사업자 지위를 가졌다.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 치하에서도 뉴스 보도를 포함해 아무런 제약 없이 방송을 했다. 그러나 전두환 신군부는 보도와 광고 기능 박탈에 더해 '종교방송'이라는 굴레까지 덧씌웠다. 뉴스 보도는 어렵사리 재개됐지만 종합편성 사업자로서의 온전한 지위가 회복되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1990년 서울지역 지상파TV 사업자 선정과 2005년 경인지역 민영TV 사업자 선정, 또 2009년 보도PP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이른바 '종교방송'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배제되는 차별의 억울함을 당해야만 했다. 특정 정권의 왜곡된 언론관은 급기야 CBS를 포함한 종교방송의 '유사(類似)보도' 논란으로 이어졌다. 최초의 민간방송인 CBS를 합법을 가장해 '종교방송'이라는 잘못된 틀에 가둬버린 나쁜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적폐의 실상은 CBS를 겨냥한 보수정권의 탄압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명박 정권에서 국가정보원은 CBS를 사찰하고 구성원 전체를 '좌편향'으로 매도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조문(弔問) 연출' 보도와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등이 CB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비판언론 재갈물리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CBS 창사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CBS를 '진짜 언론'으로 치켜세웠다. 김 전 대통령은 "독재 치하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에게 진실을 알린 언론"으로, 노 전 대통령은 "시대의 정의와 양심에 따라 정론을 편 참 언론"으로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CBS 기념행사에 즈음한 축하 영상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물론 지금껏 CBS가 안팎으로 당당하게 올곧은 목소리만을 전해왔다고 자부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라는 성경 구절을 마음에 새기면서,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매의 눈으로 돈과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며 따뜻한 가슴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언론은 존재 하는가'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국민을 위해, 정의를 위해 반성과 실천을 약속하는 저널리즘이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더 이상 언론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뉴스부활 30주년' 기념행사는 참으로 '복된 소리'를 전하는 CBS로 거듭 나겠다는 대국민 서약의 장이다. 똑바로 서서 제대로 보고 당당히 말하며 바르게 쓰는 언론으로 다시 시작할 것임을 국민 앞에 엄숙히 약속드린다.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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