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화스와프 'D-3'…사드 갈등에 '마침표' 찍나

우리나라와 중국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연휴 직후인 10일로 만기가 끝나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으로 연장이 무산될 전망이다.

통화스와프는 외화가 급히 필요할 때를 대비해 우리 통화를 맡기는 대신 상대방 통화를 미리 빌려놓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같은 개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8년 12월 맺은 뒤 두 번 연장을 거친 한중 통화스와프는 36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62조원 규모다. 한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통화스와프 1222억 달러 가운데 560억 달러로 45.8%, 자국통화(LC) 스와프의 67%를 차지한다.

통화스와프는 보통 두 나라가 미리 협상을 통해 연장 계약을 맺지만, 이번은 상황이 어둡다.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중국이 사실상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이 모두 연휴인 걸 감안하면 협상이 이뤄질 수 있는 날은 오는 9일 한글날 하루뿐이지만,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협상이 무산되면 한중 경제협력의 상징인 통화스와프는 9년만에 막을 내리게 되고, 혹시 모를 외환위기때 활용할 수 있는 외화 자금도 절반가량이 사라지게 된다.

정부는 다만 외환보유액이 8월말 현재 3848억 4천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인만큼,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따르면 국내 수입액, 통화량, 외국인 증권투자액 등을 고려한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는 2800억~44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앞서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국내 외환보유액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가뜩이나 북핵 리스크에 북미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불안 심리를 키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불확실성에 따른 외환시장의 대규모 자본 유출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올해초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 재개 협상도 소녀상 설치 문제로 중단된 걸 감안하면, 달러 의존도만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때 700억 달러 규모에 달했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독도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으로 2015년 2월 연장없이 만료된 뒤, 지난해 8월말부터 재개된 협상도 소녀상 설치를 문제삼은 일본의 일방 통보로 올해초 중단됐다.

자본시장 개방도가 높고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 나라로서는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엔화나 위안화, 유로화 등 결제 통화의 다변화가 절실하다.

정부 관계자는 "10일까지 연장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중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통화 스와프가 연장될 가능성은 남아있다"며 "실무급 협의를 긴밀히 진행해온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18일 열리는 중국의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국내 현안들을 정리하고 나면, 통화스와프 연장 등 한중 관계 개선에 본격 착수할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당 대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 상황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꾸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길게 보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 여야 대표들과의 만찬 회동에선 "통화스와프는 양국의 공식발표 전에 일방에서 발표하기 어렵지만, 통화스와프 연장이 관계개선의 사인이라는 점은 공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계약 만료 이후의 '협상 2라운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017-10-07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