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낙수효과 기대나…혁신성장 놓고 '동상이몽'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을 강조한 걸 두고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자인한 게 아니냐"는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종의 '여론 호도'란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규제 완화와 특혜에 무게를 둔 이른바 '낙수론자'들이 정책 본질을 외면한 채 희망사항만 나열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27일 부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부총리가 소득주도성장만으로는 성장으로 가지 않는다며 혁신성장을 강조했고 대통령도 뒤늦게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며 "뒤늦게 국민의당이 제안한 혁신성장의 길을 따라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옳은 길을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나,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라며 "분배 주도 정책을 고집해온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도 이날 "인식 전환이나 수정 의도가 있는 것처럼 얘기해 다행스럽다"며 "규제프리존법, 서비스발전법 같은 혁신주도 성장에 걸맞는 법에 대해 여당이 속히 동의하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당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문 대통령이 혁신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한 점을 환영한다"며 "국가 미래를 생각할 때 이 문제에 있어 문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따라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고 거들었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엔 1970년대 고도성장기 때처럼 대기업 중심으로 파이를 키워야 경제가 좋아진다는 이른바 '낙수 효과'가 깔려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J노믹스의 핵심이 대기업 배만 불리는 낙수이론을 벗어나, 국민 소득 증대를 통해 경제 전체를 살리는 '분수 효과'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러한 주장들과는 전혀 궤를 달리 한다.

특히 '혁신성장'이 소득주도성장의 '대체전략'으로 느닷없이 나온 게 아니라,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온 '사람 중심 경제'의 3대 축 가운데 하나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4차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도록 법·제도·정책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게 공약이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혁신 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맥락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라면 공급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바로 혁신성장"이라며 "그런데도 개념이나 구체적 정책방안을 상대적으로 덜 제시한 측면이 있다"며 후속 조치를 주문했다.

'수요'와 '공급'의 양날개를 강조한 것일 뿐,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자인했다"거나 "성장 정책을 바꿨다"는 식의 아전인수식 해석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지난 7월말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수요 측면의 소득주도와 공급 측면의 혁신을 '쌍끌이'로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국민대 조원희 교수는 "공약 당시부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항상 함께였다"며 "보수진영에서 얘기하는 혁신은 결국 기업 규제 완화인데, 지금도 이를 유도하려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여권 한 관계자도 "야채김밥을 내놨는데 밥은 애써 외면한 채 야채만을 가리키면서 '이것만 갖고 배가 부르겠냐'고 윽박지르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정부는 '3대 축' 가운데 아직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혁신 성장의 구체적 밑그림을 연말까지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기재부는 이날 고형권 1차관 주재로 간담회를 열어, KDI(한국개발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6곳의 연구위원 및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혁신 성장 로드맵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8일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혁신 성장을 위한 법 개정 등 추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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