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관리사 잇단 자살에 '임금 착취' '산재 은폐' 있었다

마필(말) 관리사들의 잇단 자살과 관련, 정부가 마사회 부산경남본부를 상대로 벌인 특별감독에서 630여건의 산업안전 및 근로감독 위반이 적발됐다.

특히 마사회측은 최근 5년간 62건의 산업재해를 은폐하는가 하면,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당국은 역대 본부장 4명과 협력업체 대표 1명을 입건하고, 다음달엔 서울·제주본부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산재 62건 은폐…작업장 곳곳이 '시한폭탄'

마필 관리사는 마주(馬主)가 맡긴 말을 키우고 먹이고 훈련시켜, 경주마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이다.

지난 5월말엔 마필관리사 박모(38)씨가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경마공원) 부산경남의 마방 근처에서, 또 7월초엔 박씨의 동료 이모(36)씨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잇따라 목숨을 끊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박씨는 당시 유서에 마사회를 저주하는 욕설을 남겼고, 이에 노동계는 "다단계 착취 구조와 열악한 근무환경, 고용불안이 불러온 비극"이라며 마사회를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초까지 13일간 외부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 등 35명으로 특별감독반을 꾸려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부산경남본부는 2013년 이후 5년간 응급센터를 통해 후송된 노동자 107명 가운데 62건에 대해서는 산재 사실조차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 처리된 83건의 74.6%에 이르는 수치다.

2명의 안전관리자를 고용한 서울과 달리, 안전관리를 외주에 맡기면서 재해예방계획도 올해 처음 작성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화재·폭발 방지조치조차 안된 보일러와 크레인 등 72대를 사용중지하도록 하고, 추락 방지 조치가 불량한 조명탑과 방송중계탑 등 47곳에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또 실험실 황산 취급장소엔 국소배기장치가, 건초창고엔 화재감지나 소화설비가 돼있지 않은 걸 적발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최저임금 이하로 산정한 임금조차 제대로 안줘

근로기준 분야 역시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비정규직인 단시간근로자 865명의 휴일수당 3400만원이 지급되지 않은 건 물론, 62명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이 산정된 데다 이마저도 받지 못했다.

경주로 철야근무를 한 날에도 제대로 당직 처리가 되지 않아 못 받은 수당도 1억원에 가까웠다. 조교사 130명의 연차수당 6천만원도, 시간외수당 7천여만원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기수나 말관리사 출신인 조교사는 노무관리에 대한 체계적 인식이 없는 데다, 인력마저 턱없이 부족한 때문이란 게 당국 설명이다.

마사회나 조교사가 노조의 정당한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하거나 게을리 한 경우도 10여 차례에 이른다. 노동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여 사법조치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7조 7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우리 나라는 세계 선진 수준의 경마 실시국"이라며 "하지만 안전보건이나 노동 환경은 열악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마사회가 빚은 비극…정규직 복원해야"

이번 특별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선 525건, 근로감독 분야에선 107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306건은 사법처리됐고 4억 6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정부는 또 61건에 대해선 시정명령을 내렸다. 특히 말관리사의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마사대부를 운영하고 상금배분 비율도 공개할 것을 마사회측에 권고했다. 

마필 관리사는 원래 조교사·기수와 함께 마사회 소속 정규직이었지만, 마사회는 지난 1992년 이들이 연루된 대규모 부정경마 사건이 발생하자 경주마 육성을 개인사업자인 개별 마주에게 맡겼다.

이에 따라 조교사와 기수도 개인사업자로 바뀌었고, 마필관리사는 조교사가 고용하는 형태의 '외주화'가 이뤄졌다. 노동계는 "또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선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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