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집을 짓는 장수말벌은 사람의 다리를 먼저 집중 공격한 뒤, 검은 색에 반응해 머리를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땅에 있는 말벌 집을 건드렸을 때는 웅크리지 말고 빠르게 20m 이상을 벗어나야 하며, 밝은색 계열의 옷과 모자를 입는 게 좋다.
이같은 사실은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5월부터 이달초까지 경주국립공원 일대에서 장수말벌의 공격성향을 실험한 결과 확인됐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벌초나 성묘 등 야외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말벌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으로, 지난해엔 털보말벌과 등검은말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나뭇가지 등 높은 곳에 벌집을 짓고 머리부터 공격하는 털보말벌이나 등검은말벌과는 달리, 장수말벌의 경우엔 벌집에서 가까운 사람의 다리 부위부터 집중 공격했다.
땅속 벌집 주변에서 발생되는 약한 진동에도 곧바로 수십 마리가 벌집 바깥으로 나와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다리 부위를 공격한 이후엔 사람의 행동에 따라 몸 전체를 공격하는 성향을 나타냈다.
따라서 벌집을 밟는 등 직접 충격을 주거나 자극하는 움직임은 장수말벌의 공격성을 높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색상별로는 일반 말벌처럼 검은색에 가장 강한 공격성을 보였고, 이어 갈색과 빨간색, 노란색과 초록색 순이었다.
장수말벌의 천적인 곰과 오소리, 담비 등 야생동물들이 검은색이나 짙은 갈색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다리 이후에 머리를 집중 공격하는 것도 한국인의 머리카락이 검은색인 영향이 크다.
장수말벌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가장 큰 말벌로, 일반 말벌이나 꿀벌에 비해 독의 양이 20~40배 정도 많다. 따라서 한 번만 쏘여도 치명상을 당할 수 있다.
특히 8~9월은 말벌의 벌집이 가장 크면서 벌의 개체수도 가장 많아지는 시기로, 먹이활동 역시 많아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자주 눈에 띄는 시기다.
공단 관계자는 "땅속에 있는 장수말벌 집을 건드렸을 때 그 자리에서 벌들을 털어내려고 다리로 쿵쿵 딛거나 팔로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으면 금물"이라며 "무조건 머리를 감싸고 그자리에서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빠르게 벗어나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201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