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내걸고도…'박근혜-최순실법' 힘싣나

정부와 여당이 대선 전만 해도 '박근혜-최순실법'이라며 반대했던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다음달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쪽으로 사실상 선회했다.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정부의 앞뒤가 다른 행보에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아 23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법안의 처리 여부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정기국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야당에서 요구하는 바를 부작용을 최소화시킨다면 검토해볼 수 있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나 방송 장악 금지법 등 '개혁 입법' 처리를 위한 협상 카드로 내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규제 완화 등에 신경을 쓰겠다"며 이들 법안 추진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명했다. 

앞서 고형권 차관 역시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은 어느 정부건 당연히 해야 한다"며 사실상 추진 입장을 공식화했다.

박근혜정부가 '경제활성화법'이라며 줄기차게 추진했던 두 법안은 기업 규제의 대폭 완화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보건의료 부문이 포함되면서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 민영화 논란을 불러왔다. 그 '우회통로'로 여겨져온 규제프리존법 역시 특정 지역의 전략산업에 대해 모든 규제를 푼다는 점에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왔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집중적으로 돈을 내는 대신, 두 법안의 처리를 강력 요구했다는 점에서 '박근혜-최순실법'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민주당 역시 불과 넉 달전인 지난 4월 대선 직전만 해도 "박근혜-최순실 청탁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건 이명박근혜 정권의 계승자임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당시 두 법안에 찬성 입장을 내비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맹공했을 정도다.

정부와 여당은 핵심 쟁점인 보건의료 부문을 법안에서 제외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두 법은 국정농단세력인 박근혜·최순실·전경련의 최종 결정체"라며 "부패한 권력과 기업에겐 먹거리가 되지만, 국민의 환경·안전·생명엔 위해가 되는 법"이라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비단 보건의료 부문뿐만 아니라 독소조항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맞바꾸기' 할 법안들이 결코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은 "기존 개별법들은 모두 만든 취지와 목적이 있다"며 "그런데도 이들 법안은 기재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포괄적으로 규제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 '법위의 법', '무소불위법'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국회 논의 등을 거쳐 개별법들을 개선하는 게 정도이자 원칙이란 것이다. 특히 '개혁'을 위해 '개악'도 감수해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논리에는 또다른 적폐만 키울 수 있다는 반론과 우려가 제기된다.

김 팀장은 "개발 논리에만 치우쳐 환경이나 정보보호 등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법적 규제들이 모두 무력화될 수 있다"며 "살충제 계란이나 가습기 살균제 같은 사태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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