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노믹스 100일…'경제 민주화' 패러다임 바꿨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17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이명박근혜 정부' 9년간 켜켜이 쌓인 정치·사회적 적폐 청산과 함께 '경제 패러다임'도 뿌리부터 바뀌는 대전환점이 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100일간 경제정책의 화두는 역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건 일명 '제이노믹스'였다.

"국민들이 실제 경제생활 속에서 공정과 정의가 구현되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내 삶이 나아졌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없는 공허한 주장이 되고 말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그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재벌 대기업과 부동산 부자의 각종 특권은 줄이되, 노동자 서민의 숨통은 터주는 정책은 국민 80% 이상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역대 정부 가운데 사실상 최초로 공정한 분배와 정의로운 조세를 통한 '경제 민주화'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뗀 셈이다. 

대기업 수출에 의존해온 '낙수효과' 대신, 사람과 일자리 중심의 '분수효과'로 3%대 경제성장을 회복하겠다는 밑그림도 마련됐다. 이를 위해 사상 첫 일자리 추경이 11조원 넘게 편성됐고,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 넘게 인상된 7530원으로 올랐다.

슈퍼 대기업과 초고소득자들의 세금을 일부 올려 각종 복지정책에 환원하기 위한 '부자 증세'로의 첫 발도 뗐다.

지난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과세표준 5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현행 40%에서 42%로, 3억~5억원 구간은 38%에서 40%로 인상된다. 이명박정부 당시 낮춘 법인세율도 과표 2천억원이 넘는 구간을 신설, 25%로 환원하기로 했다.

논의 과정에서 "증세 의지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조차 터져나왔지만, 정책 방향의 전환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산으로 가던 배를 바다로 돌려놨다는 점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첫술밥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의 핵심인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강도높은 채찍을 꺼내든 것도 '공정'과 '정의'의 맥락에서 해석된다.

"서민들은 평생 벌어도 내 집 마련은커녕 전월세가격 인상율도 따라잡지 못하는데 한편에서는 '아파트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의 '사자후'는 문재인정부의 현실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대거 포진한 강남과 세종 등 12곳이 '투기지역',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등 27곳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두 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도 3년 8개월 만에 부활됐다.

대기업 독식과 부동산 투기 같은 '경제 적폐'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 수많은 난관이 불가피하다. 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선 '100일 걸음마'를 뗀 문재인정부도 지금껏보다 강력한 정책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사무처장은 "단기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에 안도하지 말고 본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며 "불로소득의 공적 환수를 통한 부동산 공화국 해체 없이는 정의롭고 평등한 대한민국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도 "이른바 '핀셋 증세'를 넘어 문 대통령 스스로도 주창한 포용적 복지국가에 부응하는 종합적인 증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문재인정부가 촛불 민심의 힘을 믿고 적극적인 조세 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임기 5년간 기초생활보장과 건강보험 강화 등 각종 공약에 투입하기로 한 재원은 178조원에 이른다.

국민 80%가량이 찬성하는 보유세 인상을 비롯한 본격적인 증세가 이뤄져야 ▲세수 확충을 통한 재원 마련 ▲투기 억제를 통한 부동산 안정 ▲탈세 방지와 누진 확대를 통한 조세 형평성이라는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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