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자원수탈에 동원된 오대산 월정사 주변 화전민터에 대해 정부의 지표조사가 추진된다.
한때 150가구 300여명까지 살았던 곳으로, 일제가 목재 반출을 위한 노동력 공급 대상지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4일 "광복 72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오대산 일대에서 자행됐던 자연자원의 수탈 흔적에 대한 지표조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화전민 마을은 1975년 오대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당시까지도 일부가 남아있었고, 현재도 월정사와 상원사 구간에 화전민 가옥터 50여기가 남아있다.
국립공원내 일부 지명에도 일제의 노동력 수탈 흔적이 묻어있다. 강원 평창군 오대천 상류의 '보메기'는 계곡의 보를 막아 나무를 쌓아 놓은 뒤 비를 이용해 한꺼번에 무너뜨려 이동시켰다는 데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0.8km 떨어진 '회사거리' 역시 오대산에서 이송한 목재를 가공했던 조선총독부 산하 목재회사가 있던 자리다.
목재를 반출하기 위해 수레를 이동시키는 용도로 사용된 목차레일도 오대산 선재길 일대에 10m가량 남아있다. 일제에 동원된 화전민들의 고달픈 노동가요인 '목도소리'도 여전히 구전으로 전해진다.
당국은 이처럼 아픈 역사의 흔적을 자료로 남기기 위해 이달부터 화전민터에 대한 지표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전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황도를 작성, 화전민터에 대한 관리 방안과 추후 발굴‧복원사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정정권 소장은 "마을 어른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화전민들은 여름철엔 숲에 불을 놓아 밭농사를 짓고 겨울철엔 산판일에 동원됐다고 한다"며 "이번 사업은 시대의 아픔과 치욕을 잊기보다는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