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쌓기 나선 '투기와의 전쟁'…퇴로는 없다

정부가 임대업자 등록시 세금 감면 등 '당근책'과 세무조사라는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임대업자 등록 의무화 도입, 특히 궁극적으로는 종합부동산세 복원을 염두에 둔 '명분 쌓기' 수순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등록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기금, 사회보험과 같은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면서도 "자발적 등록이 저조할 경우 임대주택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다음달 내놓을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자발적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다주택자에게 제공할 세금과 건강보험료 감면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8.2대책에 포함된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위해 다음달 곧바로 주택법 개정에 나서는 등 후속조치 이행에 주력하기로 했다. "높은 분양가로 인해 주택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지역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막대한 전월세 수입과 시세차익을 거두면서도 세원 노출을 최대한 꺼려온 다주택자들이 '몇몇 인센티브'에 덜컥 사업자로 등록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국세청에 따르면, 187만명으로 추산되는 다주택자 가운데 임대소득 신고를 한 사람은 2.6%인 4만 8천명에 불과하다. 임대업을 하기 위해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은 이미 등록을 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머지 182만여명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들인 집들을 전월세로 돌리고 있을 뿐, 임대업 의지가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 '임대업자가 꿈인 나라' 조차 아닌 '세금 안 내는 임대업이 꿈인 나라'가 그간의 부동산 현실을 좀더 정확히 반영하는 셈이다.

정부가 '자발적 등록 유도' 방침을 천명하면서도 그 실효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등록이 저조할 경우'를 공식 언급하는 자체가 이미 '의무화'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정당국이 다주택자 세무조사라는 '채찍'을 동시에 꺼내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내년 4월 양도세 중과 시행까지 기회를 줬는데도 상당수 다주택자들이 계속 버틸 개연성이 큰 만큼, 일종의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때까지 이른바 팔 수 있는 사람은 팔라는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라는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이나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은 좀 파시라"는 김현미 장관의 발언들은 이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양도세 중과만 시행했을 때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에 돌입하는 일명 '동결효과' 우려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부동산 대책의 '최종 병기'이자, 투기성 다주택자에 대한 '정밀 타격' 수단으로 주목받는 종합부동산세 현실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무주택·일주택 실수요자 편'을 자처하고 나선 정부와 천문학적 자금력을 앞세운 다주택자들과의 이번 힘 겨루기는 결국 보유세 인상 등 증세 논의와 맞물려 내년 중반까지 '장기전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 결과는 우리 사회의 저성장과 양극화 극복 여부를 가늠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 투기를 '불패 신화'로 여겨온 20세기와 "집은 더이상 투기수단이 아닌 거주공간"임을 표방한 21세기형 가치가 맞닥뜨린 외나무 다리이기도 하다.



2017-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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