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연간 3억원(과세표준) 이상 버는 '슈퍼리치'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2%p 인상하고, 2천억원 이상 버는 '슈퍼대기업'의 법인세율을 25%로 환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세수 효과는 연간 5조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고소득자·대기업 稅부담 6조 2683억↑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세법 개정으로 소득세에서 확충되는 추가 세수는 연간 2조 1938억원 규모다. 또 법인세 환원으로는 연간 2조 5599억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고소득자의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으로 기대되는 세수 효과는 1조 800억원에 이른다.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 누진세율 적용으로는 4천억원,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 축소에선 1400억원의 세수 효과가 기대된다.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로 확충되는 세수는 2조 5500억원, 대기업 세액공제 축소에선 5500억원,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 조정을 통해선 57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 귀착은 6조 268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근로·자녀장려금 지급 확대(1400억원), 중소기업 취업 근로자 세제지원 연장(1천억원) 등에 힘입어 서민·중산층의 세부담 귀착은 8167억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 "세입 확충 문제 없어…세출 조정이 외려 고민"
이번 세법개정에 따른 연간 5조 5천억원의 세수 효과는 정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의 재원 마련 방안엔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던 내역이다.
당시 정부는 이들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178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면서 "세입 확충을 통해 82조 6천억원, 세출 절감을 통해 95조 4천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82조 6천억원 가운데 60조원 정도는 자연 세수증가분으로 충당하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5조 5천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에 자연 세수증가분까지 감안하면 178조원 충당을 위한 재원은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오히려 더 고민인 건 95조원 넘는 세출 구조조정"이라며 "이 가운데 60조원은 세출, 30조원가량은 기금 등 기타 재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가 자연 세수증가분에 기대어 세입 확충에 지나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은 계속될 전망이다. 추가적인 증세 없이는 공약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본격 증세로 OECD 수준 조세부담률 높여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5조 5천억원 증세는 GDP 대비 0.3% 수준에 불과하다"며 "우리 나라의 조세부담률이 19%대로 OECD 평균인 25%대에 비해 5%p가량 낮은 걸 감안하면 연간 85조원가량은 여전히 부족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다만 "정부가 일부 조세 저항을 우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는 있다고 본다"며 "문제는 전체적인 증세 로드맵이 밝혀진 게 없다 보니 오히려 불필요한 논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참여연대 정세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최소한의 증세라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세제 개편안으로 보인다"며 "좀더 적극적으로 성장과 분배를 이끌어가려면 2~3년 안에 증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올해 대기업 실적이 좋아 법인세가 줄지는 않을 것이고, 내년까진 정부가 기대한 만큼 자연 세수증가분이 확충될 것"이라며 "설령 적자가 난다 해도 경기가 불안할 때는 적자재정을 해주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국가채무비율 40% 이내로 관리할 것"
이와 관련해 김동연 부총리는 "경상성장률 이상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늘려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 반영을 위해 국세기본법과 소득세법·법인세법 등 13개의 법안 개정을 추진하게 된다.
개정안은 오는 22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이달말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한 뒤, 다음달 1일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2017-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