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세율 인상 없다"…증세 없는 세제개편 논란

문재인정부가 이달말 내놓을 첫 세제 개편안에 '명목세율 인상'은 반영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경제현안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세감면 등 일부 개편 내용이 들어가겠지만, 적어도 명목세율을 올리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제 개편 방향을 두고 세율 인상은 없다고 공식화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와 소득세 등 직접세의 명목세율 인상이나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 '부자 증세' 도입 여부는 하반기 꾸려질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빨라야 내년초에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세율 인상안이 채택되더라도 빨라야 내년 세법 개정안에 반영돼 집권 중반을 넘긴 내후년에나 효력을 갖게 될 뿐더러, 국회 통과 과정에서의 진통도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부자 증세' 의지가 너무 약한 게 아니냐는 전문가 그룹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조세재정연구원이 개최한 '일자리 창출 및 소득 재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 정책 토론회'에서 "정부가 바뀐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뭘 하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특위에 맡겨서 이제부터 논의를 하겠다는데 기본적으로 '증세는 피해 가자' 이런 게 아닌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법인세를 올리지 못하면서 소득 재분배에 힘쓴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자산소득을 그대로 두고 근로소득 면세자만 줄이자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오문성 교수도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이 1순위 과제"라며 "초고액 자산가인 '슈퍼 리치'가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소득세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김우철 교수 역시 "지나치게 낮은 금융소득 세율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2019년으로 예정된 연 2천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 과세를 앞당기고 실효세율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분리과세, 1가구 1주택 보유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등 한국은 '경제적 지대'(地代)인 자본이득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는 것이다.

앞서 국내 미시경제학 권위자인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명예교수도 지난 1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정부의 세법 개정 방향에 대해 "부자 증세는커녕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이 교수는 "과세표준이 3억원을 넘는 종합소득자 4만 5천명에 최고소득세율이 적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최상위 소득계층의 추가부담 총액 최대치는 고작 18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걸 '부자증세'라고 부르는 건 민망하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특히 "고소득자의 세율을 높이는 정공법을 써야 한다"며 "예컨대 과세표준 10억원 이상이라는 새로운 구간을 설정해 세율을 50% 정도로 높이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을 통해 현행 '5억원 초과'인 과표 대상 고소득자를 '3억원 초과'로 확대, 현행 40%인 최고세율을 42%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국이 공식적으로 "명목세율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으면서, '부자 증세'가 집권초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란 우려는 갈수록 증폭될 전망이다.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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