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개발'보다 '환경'에 정책의 무게 중심을 실으면서, 부처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4대강 사업과 에너지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국토교통부나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지'는 좁아지는 반면,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던 환경부에는 힘이 실릴 수밖에 없어서다.
문 대통령은 22일 '제5호 업무지시'로 이명박정부 당시 추진된 4대강 사업의 전면 재조사를 지시했다.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내 균형과 견제가 무너졌고, 비정상적인 정책결정과 집행이 '추진력'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됐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같은 인식은 이명박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을 주도한 국토부를 상당부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국토부가 맡고 있던 물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몽땅 넘어가게 됐다.
김 수석은 "국토부의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이관해 종합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물관리 부서로 개편하겠다"며 "업무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국무조정실이 '통합 물관리 상황반'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자원공사와 환경관리공단 등 수질 관리에 관계있는 공기업 재편 작업도 '환경부 중심'으로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환경부 역시 수질과 수생태계 문제에 대한 파수꾼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환경영향평가 등을 개발사업에 면죄부를 주는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내놓은 개편 방향을 볼 때 4대강 졸속 강행의 책임을 국토부에 '8', 환경부에 '2' 정도의 비율로 물은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우리 부에 어느 정도 힘이 실릴 거란 예상은 내부적으로 해왔지만 이 정도 수준일지는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환경부를 '우대'하는 새 정부의 이같은 기류는 '업무지시 3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바로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일시중단)과 임기내 10곳 폐쇄 등의 정부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이날 대책 발표 현장에는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아닌, 조경규 환경부 장관이 동행했다. 화력과 원자력 발전을 비롯한 에너지 대책은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간 산업부가 주도권을 쥐어온 분야다.
때문에 대기업 지원 중심의 정책에 힘이 실려온 반면, 에너지 정책에서 파생되는 미세먼지와 난개발 등 환경 이슈는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아왔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미세먼지 대책을 비롯한 일련의 에너지 정책 지시 대상을 '환경부'로 설정하면서, 업무와 정책 주도권의 일대 전환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산업'의 논리가 우위에 있던 노후 경유차 규제나 탄소배출권 관리에서도 '환경'의 입지가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난화나 환경 영향 같은 '외부성 비용'이 예전보다 적극 고려될 거란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댐 건설 정책도 환경부로 이관될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곤란하다"며 "정부 조직 개편은 이달말까지 결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7-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