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매우 나쁨'인데 시야는 왜 '맑음'일까

'황금 연휴'를 '황사 연휴'로 덮친 중국발 미세먼지가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까지도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특히 이달 들어 미세먼지는 '매우 나쁨'인데도 먼산까지 또렷하게 잘 보이는 날들이 잦아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뿌옇게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날만 조심하면 된다"는 그간의 통념을 깨뜨리고 있어서다.

미세먼지가 심각한데도 시계(視界)는 선명한 현상이 왜 생기는 걸까. 정답은 중국의 '난방 시즌'에 따라 한반도를 덮치는 미세먼지 입자의 굵기가 달라진다는 데 있다. 

초겨울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PM2.5)가 주로 날라오는 반면, 난방이 끝나 화력발전 등이 줄어드는 4~5월에는 황사처럼 입자가 상대적으로 굵은 '미세먼지'(PM10)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령된 미세먼지 주의보는 지금까지 276회.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128번이 이달 들어 8일 사이에 집중 발령됐다. 지난달을 통틀어 18번 발령된 것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횟수다.

특히 이달 들어 발령된 특보 가운데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5번에 불과했다. 지난달 발령된 18번의 특보 가운데도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단 한 번뿐이었다.

반면 3월만 해도 23번의 특보 가운데 대부분인 19번이 초미세먼지 주의보였다. 2월에도 22회의 특보 가운데 19번이, 85번의 특보가 발령된 1월에도 절반이 넘는 48번이 초미세먼지 주의보였다.

PM10 농도가 800㎍/㎥이상으로 2시간 넘게 예상될 때 내려지는 '황사특보'는 역으로 4월과 5월에 집중됐다. 지난 1월 27일 발령된 첫 황사특보를 제외하면 4월 중순 이후에 3번, 이달 들어 1일과 5~7일 4번에 걸쳐 내려졌다.

환경부측은 "초미세먼지는 화력발전소 등 굴뚝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중국의 난방철이 3~4월이면 끝난다"며 "평소엔 전체 미세먼지 가운데 초미세먼지의 비율이 60~70%에 이르지만, 최근엔 10~2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시정거리가 나쁘지 않은 현상도 초미세먼지의 비율이 낮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 입자가 작을수록 시정을 쉽게 가로막는다"며 "가령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아지랑이 같은 연기는 PM으로 따지면 0.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황사처럼 입자가 굵어야 더 뿌옇게 보일 거라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실제는 정반대란 얘기다. 이 관계자는 "PM10 입자 한 개의 무게는 1g으로 PM2.5 입자 64개를 합친 것과 같다"며 "무게는 같더라도 잘개 쪼개진 입자가 훨씬 시정에는 더 영향을 미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처럼 초미세먼지의 비율이 낮더라도, 미세먼지 농도가 200~300㎍/㎥을 넘어서면 대기가 뿌옇게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같은 날이라도 오전엔 농도가 높았다가 오후엔 낮아지는 식으로 들쭉날쭉하게 미세먼지가 유입되기 때문에, 겉보기엔 아무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날들이 자주 발생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시야는 맑은데도 실제 수치는 심각한 '스텔스 미세먼지' 현상은 앞으로도 매년 5월 연휴 시즌마다 한반도를 덮쳐올 공산이 크다. 

반면 바람의 방향이 남태평양에서 한반도 쪽으로 바뀌는 6월 이후에는 미세먼지 유입이 확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6월부터 10월까지 다섯 달 동안은 미세먼지 주의보가 단 한 번도 발령되지 않았다.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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