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유보 입장을 나타내면서 또다시 도입이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조세당국에 따르면 목사나 승려, 신부 등 종교인 가운데 소득세를 내고 있는 사람은 대략 11%인 2만 6천여명가량.
하지만 이들이 낸 세금은 1인당 30만원을 살짝 웃도는 연간 80억원 수준으로, 전체 종교인으로 따지면 1인당 평균 4만원에도 못 미친다.
이에 따라 논의가 시작된 지 47년 만인 지난 2015년말 종교인 과세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종교계 반발로 2년 유예돼 2018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또다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 상당수가 보완책이 필요하다거나 시행을 미뤄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측은 일단 "유예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반기 세법 시행령 개정시 구체적인 시행기준이나 절차 등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측은 "찬반이 있는 만큼 의견 수렴이 좀더 필요하다"며 시행 유예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역시 "남은 쟁점이 많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도 있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에 따라 예정대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건 정의당 심상정 후보뿐이다.
앞서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가 지난달 중순쯤 대선주자들에게 입장을 물은 결과 심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명 모두 '시행 유보'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대표는 "굉장히 형평성에 어긋나게 개정돼있는데도 또다시 유예를 한다는 것 자체가 표만 보고 국민은 보지 않는 것"이라며 "이러니 일반 국민들이 세금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종교인 과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더라도 세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소득의 최대 80%를 공제하는 종교인소득이나 근로소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연간 세수는 4만 6천명으로부터 한 명당 평균 21만원씩 100억원, 종교인 전체로 따지면 1인당 평균 4만 3천원에 그칠 전망이다.
유예중인 개정 세법은 기타소득항목에 종교인 소득을 추가, 소득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도록 했지만 종교단체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학자금과 식비, 교통비 등 실비 변상적 성격의 소득은 비과세로 감면하고 소득구간에 따라 필요경비의 비율을 차등 적용했다.
가령 종교인 소득이 연 4천만원 이하일 때는 비과세하지 않는 필요경비를 80%까지, 4천만~8천만원일 때는 60%, 8천만~1억5천만원은 40%, 연간 1억5천만원을 넘을 때는 20%를 인정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교인 소득의 세 부담이 근로소득보다 일률적으로 낮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대략 20%에서 많게는 40%까지 세부담이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