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주골프장을 주한미군에 공여한 것은 헌법은 물론, 한미간 각종 협정마저 위반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드(THAAD) 배치와 무관하게 공여 자체가 전혀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위법 소지가 다분한 건 정작 '무기'보다 '부지'인 셈이다.
27일 국방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성주골프장 공여를 위한 한미 공동환경평가절차(JEAP)가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여간 진행됐다.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하위규정으로 2003년 체결된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에 따른 조치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가 작성한 기초환경정보(BEI)를 토대로 JEAP가 진행됐다"며 "미군측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이달 중순쯤 1단계에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부속서A 의거해 환경조사 마쳐…"공여지는 SOFA 소관"
미군 반환·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 절차를 규정한 '부속서A'는 전달국이 BEI를 제공하되, 취득국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30일 과정인 1단계로 끝마치게 된다.
또 취득국이 이의를 제기하면 60일간의 2단계 조사와 15일간의 3단계 정보 제공 및 검토 절차를 거치게 된다.
미군기지 반환시엔 한국이 취득국 또 공여시엔 전달국이 되는 것으로, 이번 부지 공여가 철저하게 SOFA 규정에 따라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1단계로 끝난 성주골프장 JEAP에선 '부속서A'에 규정된대로 △지표 특성과 지하 시설물 지도 △시설물 형태·크기 및 이용도 목록 △천연자원과 문화재 존재 여부 △환경조사와 평가가 모두 이뤄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군 공여지는 SOFA 소관이기 때문에 국내법인 환경영향평가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다만 국방부가 국내법에 준하는 평가서를 만들어 협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합의로 국회 비준된 LPP '공여지 명단'에 성주는 없어
문제는 성주골프장의 경우 SOFA가 규정하고 있는 공여 부지가 아니란 점이다.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한국의 영토에 관한 규정은 1953년 맺어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그 4조에 의거해 1966년 체결된 뒤 1991년과 2001년 두 차례 개정된 SOFA다. 모두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쳐 국내법 효력을 갖고 있다.
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이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명시했다.
하위 규범인 SOFA엔 "미국은 대한민국 안의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받는다"며 "개개의 시설과 구역에 관한 모든 협정은 합동위원회를 통해 양 정부가 체결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에 따라 한미 합동위원회는 지난 2002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LPP)을 맺은 뒤 같은해 4월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았다. LPP는 주한미군이 한국에 반환할 춘천 캠프페이지 등 28곳과 이에 따른 공여 부지를 각각 '부속서1'과 '부속서2'에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부속서2'에 명시된 공여 부지는 △이천(R-510) △캠프 스탠리(부지1 교도소 농경지) △주한미해군사령부 포항파견대 △오산 공군기지(무스탕 발리 빌리지 플러스) △인천(우편시설) △캐롤 DRMO △캠프 무적 △캠프 험프리즈 △오산 공군기지(델타 플러스) △오산 공군기지(북부 토지) △녹산 △캠프 스탠리(부지2 잔여 교도소 토지) 등 12곳이다.
◇성주 공여하려면 LPP 개정이나 새 협정 '필수'
따라서 이밖의 다른 지역에 미군기지 부지를 공여하려면 국회 동의를 거쳐 LPP를 개정해야 한다. 실제로 한미 양측은 지난 2004년 반환예정기지와 공여지를 일부 변경하는 LPP 개정 협정을 맺은 뒤 또다시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쳤다.
당시 LPP 개정 협정엔 윤광웅 국방부장관과 김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미국측은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과 게리 알 트렉슬러 공군중장이 서명했다.
이에 따라 '부속서1'의 반환 예정 기지는 34곳으로 늘어나고 '부속서2'의 공여지는 △주한미해군사령부 포항파견대 △오산 공군기지(무스탕 밸리 빌리지 플러스) △인천(우편시설) △DRMO 김천 △캠프 무적 △캠프 험프리즈 부지1 △캠프 험프리즈 부지2 △캠프 험프리즈 부지3 △오산 공군기지 등 9곳으로 제한됐다.
같은해 국회에서 비준된 용산기지이전협정(YRP)도 마찬가지다. 기존 공여지에 포함되지 않은 평택으로의 용산기지 이전을 위해 한미간 별도의 협정 체결과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쳤다.
◇정작 중요한 건 '무기' 아니라 '부지'
따라서 성주골프장 역시 LPP 개정이나 별도의 협정 체결을 통해 국회 비준을 받지 않으면 미군기지가 들어설 수 없다. "사드 배치에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 없다"는 국방부나 일부 정치권의 주장은 정작 중요한 '공여지'의 논점에서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미군기지 반환과 공여에 관한 법적근거는 현재로선 LPP와 YRP뿐"이라며 "여기에 명시되지 않은 부지를 공여하는 건 모두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 조약비준권을 명시한 헌법 60조나 정부의 영토보전 의무를 못박은 헌법 66조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성주골프장 공여가 문제될 게 없다는 정부 논리는 초헌법적 발상이자, 미군 퍼주기에 불과하다"며 "미군이 원하면 국민 동의가 없어도 청와대나 여의도 어떤 땅이든 내주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2017-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