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거치 불투명한데도…'좌현 철판' 잘라냈다

세월호 선체의 육상거치 여부 자체가 불투명해졌는데도, 해양수산부가 육상 거치에 방해가 된다며 선체 좌현의 파손된 철판을 절단했다.

해수부는 4일 오후 5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입회하에 선체 좌현 C데크 부근에 돌출된 철판을 절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해수부는 세월호 육상거치 과정에서 선체를 들어올링 모듈 트랜스포터(M/T)의 진입을 방해한다며 문제의 철판 부위를 절단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해수부가 철판 절단작업을 마친 오후 5시는, 동시에 조사위가 언론브리핑을 열어 "이번 소조기 안에는 사실상 육상 거치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히던 시점이다.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가 추산하는 세월호 선체 무게가 애초 예상치였던 1만 3462톤이 아닌 1만 4592톤으로 수정했고, 이 추정치 역시 확정되지 않아 사실상 믿을 수 없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조사위는 전날 결정된 천공 및 M/T 추가 투입만으로는 계획했던 오는 7일까지 세월호 선체를 육상에 거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사위의 판단대로라면, 다음 소조기에 다시 육상 거치를 준비하기 전까지는 세월호 선체 아래에 M/T를 투입할 필요도 없다. 즉 인양 일정을 맞추기 위해 당장 철판을 제거해야 할 필요가 없다.

반면 아직 철판의 파열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 조사위는 육안으로 살펴본 결과 인양과정에서 리프팅빔에 받쳐지지 않은 곳에 하중이 쏠려 찢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이날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침몰 원인 조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채증 조건하에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며 "찢김 등의 상태는 외국 전문 감정업체를 선정해 발생경위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즉 조사위의 이같은 판단은 '추정' 단계일 뿐이어서, 실제 파손 원인 조사는 외국 감정업체에 맡겨 정밀 감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창준 위원장은 "세월호 침몰 원인을 놓고 여러 의혹이 있고 ,이 가운데 외부침몰설과 내부폭발설도 있다"며 "세월호 선체는 살인현장과 마찬가지여서 손이 타지 않았을 때 전문기관을 통한 감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철판을 자를 시급한 이유도 없어지고, 철판 파손의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위가 언론브리핑을 준비할 시점에 해수부가 철판 절단을 강행하면서 참사 원인과 이에 대한 은폐 의혹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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