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조사위 "육상거치 시점은 상업적 판단"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육상거치 시점은 상업적 판단의 문제일 뿐, 선체조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양수산부가 희생자 가족들의 반발과 선체 훼손 우려에도 세월호 천공과 절단을 잇따라 감행한 것이 결국 '돈' 문제 때문임을 밝힌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조사위 김창준 위원장은 3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육상거치 시점은 상업적 판단의 문제"라며 "조사위의 권한인 선체조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상하이샐비지가 손해를 감수하고 천천히 거치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은 없다"고도 했다.

이같은 언급은 세월호의 육상거치를 최대한 앞당기려 한 해수부나 업체의 입장이 인양 비용의 문제이지, 신속하고 효과적인 희생자 수습이나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의 온전한 보존과는 무관하다는 걸 보여준다.

해수부와 조사위가 세월호에 구멍까지 뚫어가며 소조기내 육상거치를 목표로 서두른 것은 결국 비용 문제를 가장 염두에 뒀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무리한 인양을 서두른 이유가 국가예산이 많이 들어서도 아니다. 이번 세월호 인양업체로 선정된 상하이샐비지는 거치작업까지 계약이 맺어져 있는 상태라 작업 지연시 비용은 업체가 모두 부담한다.

해수부는 2015년 7월부터 세월호 인양을 위한 국제입찰을 진행했다. 국내외 27개 업체가 7개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한 끝에 상하이샐비지가 주도하고 국내 해저 케이블 업체인 오션씨엔아이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됐다.

해수부는 상하이샐비지와 851억원에 계약을 맺었으며, 상하이샐비지는 인양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모든 손해를 배상하기로 했다. 계약금은 세 단계로 구성된 인양 과정을 완료할 때마다 차례로 지급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오후 브리핑에서도 "추가비용은 상하이 샐비지가 부담한다"며 "상하이샐비지 입장에서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싶지 않겠느냐"고 얘기한 바 있다.

같은날 다시 열린 저녁 브리핑에서도 '상하이샐비지가 모듈트랜스포터 24개를 추가동원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육상거치까지 15일 더 되는 정도이며 상하이샐비지가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만약 오는 6일 세월호를 육상으로 올리지 못하면 다음 소조기인 15일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화이트마린호 용선료로 하루 3억원씩의 비용이 든다"며 "45억원을 부담하느냐 24개를 추가하느냐 문제인데 추가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상하이샐비지 측이 손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세월호 선체를 이용해 '선심'을 쓰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상하이샐비지 측이 15cm까지 구멍 크기를 키우는 까닭에 대해 "현장 지휘부인 부사장과 설계책임자가 본사에 보고할 때 본사에서 '플랜 B'가 없냐고 물어볼 것"이라며 "(15cm로 키운) 원형 구멍은 본사에 설명하기 위한 설득 자료"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해양수산부는 이번 소조기 내에 작업을 마무리해야한다며 천공작업은 물론 자동차 등 화물제거까지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선체가 훼손돼 진상규명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수차례 반대해왔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작업은 진행됐고 해수부는 선체 20곳 안팎에 구멍을 뚫었지만 이마저도 오판으로 드러나 별 효과를 보지도 못했다.

사실상 이번 소조기에 작업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다음 소조기를 기다리면 된다는 얘기지만, 그동안 해수부는 유독 이번 소조기만 고집하면서 수많은 천공과 절단으로 사실상 선체를 훼손했다.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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