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좌현 '1m 찢겨진 철판'…파손원인 '불명'

세월호 침몰 진상 규명을 위해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겠다던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가 옆으로 드러누운 현 상태에서 '선체 하부'인 좌현의 철판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조사위는 3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육상 운송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가 들어갈 수 있는 높이만큼 철판을 제거해야 하는 부분을 승인했다"면서 "철판을 제거하지 않으면 모듈 트랜스포터가 선체 아래로 지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소조기 안에 부두로 옮기는 작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조사위가 함께 공개한 사진 속의 좌현 철판은 1미터가량 찢겨진 모습이다. 특히 파손된 부위로 화물 등 내부 물품들이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다.

해당 철판은 객실인 B데크와 화물칸인 C데크 사이의 부위다. 따라서 화물은 물론, 미수습자 유해 등이 유실되거나 제거시 아래로 쏟아져 파손될 우려도 없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 철판이 찢겨진 원인이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장범선 선체조사위원은 브리핑에서 "리프팅 빔을 놓고 선체를 드는 상황에서 화물이 쏠리기 때문에 자력을 못 이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리프팅 빔이 받치고 있는 부분은 강해지고 없는 부분은 약하기 때문에 하중이 집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장 위원은 "외적인 충돌로 판단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사위의 이같은 판단은 '추정' 단계일 뿐이어서, 실제 파손 원인 조사는 외국 감정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이날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침몰 원인 조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채증 조건하에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며 "찢김 등의 상태는 외국 전문 감정업체를 선정해 발생경위를 따지겠다"고 말했다.

비상한 관심이 쏠린 선체 좌현의 파손 원인이 명확치 않은데도 또다시 '제거'를 먼저 결정한 셈이어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조사위의 '추정'대로 하중이 쏠려 이를 견디지 못해 손상됐다면, 33개나 설치된 리프팅 빔 사이 공간 가운데 왜 유독 이 부위만 손상이 심한지 의문으로 남게 된다.

또 인양 과정에서의 손상으로 여기는 조사위 입장을 뒷받침할 인양 전후 비교 사진이나 영상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인양 과정에서의 손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무너져 내릴 듯한 파손 부위를 경계로 좌우의 부식 차가 매우 심하고 색도 다르다. 또 구겨짐의 형태도 미세하게 차이가 있다.

해당 철판을 포함한 좌현 자체는 침몰 이후 일반에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도 조사위가 7cm 크기의 구멍 21곳을 뚫도록 한 데 이어, 파손 원인이 불투명한 철판 제거까지 허용하면서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사위는 이번 소조기가 끝나는 7일 전까지 세월호를 육상으로 거치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선체 인양만 3년을 기다려 왔다"며 "다음 소조기까지 15일을 더 기다리더라도 최대한 원형을 보존해 침몰 원인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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