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실세'의 문제 제기로 존폐 논란에 휩싸였던 외국어고교가 결국 '교장단'의 강력 반발 속에 존치되는 것으로 결론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나라당은 10일 오전 당정 협의 끝에 학급 규모 등 기본 여건을 충족할 경우 현행 외고를 존속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고교 입학제도 및 체제 개편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안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치열하게 제기된 '외고 개혁안'과는 사뭇 동떨어진 것이다.
당장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지난 10월말 국회에 제출한 대안의 핵심인 '추첨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동안 정 의원은 "외고의 탈법적인 특혜성 학생선발권으로 인해 너무나 큰 사회적 피해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반고와 같은 '선(先)지원 후(後)추첨' 방식 도입을 강력히 주창해왔다.
현행 시행령에 규정된 특목고를 법률에 명시된 특성화고로 바꾸되, 외고가 원할 경우 성적 상위 50% 이내에서 지원을 받아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게 하자는 것.
그러나 이번에 당정이 내놓은 개편안에서 선발 방식의 핵심은 '입학사정관'이 차지했다.
입학사정관으로 구성된 입학전형위원회에서 학교생활기록부와 학습계획서, 학교장 추천서를 바탕으로 신입생 전원을 선발하도록 했다.
당정이 '외고 존치'의 조건으로 내건 학급 규모 축소도 실제 구속력이 있는지 의문이란 지적이 많다.
개편안은 현재 '12학급에 37명' 수준인 외고 학급 규모를 '10학급에 25명' 수준으로 줄여야 외고를 존속할 수 있게 했다.
이에따라 대원외고의 경우 현행 420명 규모인 모집정원을 250여명 수준까지 축소해야 하지만, 문제는 단서 조항이다.
정부와 여당은 공립외고의 경우 2011학년도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사립외고는 재정여건 등을 감안해 5년의 유예 기간을 뒀기 때문.
사교육 만연을 불러온 대부분의 외고가 '사립'임을 감안하면, 다음 정권이 또다른 대안을 내놓을 지도 모를 '5년뒤'에도 이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겠느냐는 의문이다.
특히 유예 기간 동안 해당 시도 교육청이 학생 수용 계획 등 여건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게 한 것도 '실효성'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그러나 현행 외고 체제의 각종 폐해를 성토해온 정두언 의원은 "이번 개혁안은 매우 미흡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할 때 나름대로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로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 의원은 또 "앞으로 시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느 때고 문제가 재연될 소지가 보이면, 당초의 개혁안을 적극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외고 폐지'와 다름없는 수준의 개혁을 부르짖어온 그임을 감안하면, '미흡하지만 이해한다'는 이같은 입장을 두고 "사실상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여권 관계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당정협의에 참석했던 여당측 한 교과위원은 "이번 개편안이 '개혁론'과 '유지론'의 절충 지점에서 합의점을 찾긴 했지만, 가장 아쉬운 건 '추첨제'가 반영이 안된 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정두언 의원은 세간의 이목을 한몸에 받았던 외고 개혁 문제에 대해 "앞으로 시행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말로 사실상 크게 후퇴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그가 '외풍'(外風)에 밀려 '마침표'를 찍은 것인지, 아니면 잠시 '쉼표'를 찍은 것인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만약 '여기서 마침표'라면,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했던 '포퓰리즘' 비판에서 본인 스스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2009-12-11 오전 11:45:39 | ONnOFF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