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다 왔어요. 우리 이제 아이들 찾으러 갈 거에요"
31일 세월호 선체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마린호가 목포 신항에 다다르자, 해경 단속정 무궁화 29호를 타고 잃었던 가족들을 뒤따르던 미수습자 가족들도 3년 동안 잃었던 웃음을 되찾기 시작했다.
"예정보다 빨리 도착했다"는 김만제 선장의 말에 미수습자 단원고 학생 허다윤 양의 어머니 조은화 씨는 "이제 좋은 일만 있으려나 봐요. 아까는 비가 오더니 이제는 날도 맑네요"라며 화답했다.
오후 12시 25분쯤 창문 밖으로 목포 신항 풍경이 눈에 보이자 조은화 씨는 "이제 아이들 찾으러 갈 거에요. 이제 정말 다 왔어요"라며 잠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곧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힘들었어"라며 주변 사람들과 껴안고 눈물을 쏟아냈다.
진도 팽목항에서 목포 신항까지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세월호를 실은 화이트마린호는 아침 7시 출발해 목포 앞바다까지 약 7시간 만에 도착할 거리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구조됐다는 가족들이 갈아입을 옷을 들고 안산에서 출발했던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까지 오는 데 1081일이나 걸렸다.
조 씨는 "너무 힘들었다. 차라리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이런 것 안 보면 좋겠다, 차라리 내가 기억을 잃으면 좋겠다"며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하고 산 것도 아니다"란 말로 고통스러웠던 지난 날들을 떠올렸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얘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생명,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이라며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지 못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옆에 있을 때 행복하게 서로 위하면서 사세요"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비췄다.
하지만 곧 "바다에서도 (세월호를) 건져올렸는데 저기 배에서 못 올리겠느냐”며 “우리는 안된다던 인양도 했다. 다 이겨내겠다"고 거듭 다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가족들에 대해 "우리는 마지막까지 남아 봐서 알잖아요. 유가족들은 찾을 때마다 (시신 발견 순서대로) 번호가 붙었어요. 우리는 9명이 전부 956번에 같이 돼서 다행이라고 쓸어내리면 좋겠어요"라며 격려했다.
이어 "잘 찾고, 진상규명해서 이 아이들을 살릴 수는 없지만, 아이들 죽음이 엇되지는 않도록 세월호가 이 사회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면 좋겠다"며 "그래야 아이들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7-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