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동물뼈 어디서 나왔나…선체 '구멍'의 모든 것

'돼지뼈 사건'으로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의 '유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지만, 아직도 정확한 유실 경위는 오리무중에 빠져있다.

해양수산부 이철조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은 29일 오전 브리핑에서 전날 발견된 뼛조각들이 빠져나온 위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추론할 때 A 데크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펄과 함께 중력 작용으로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확한 위치를 예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단장은 전날 뼛조각을 발견한 지 5시간 후 진행한 긴급브리핑에서 "유골이 반잠수식 선박에 거치를 한 후에 부양하는 과정에서 뻘이 나오며 함께 내려온 것이 아닌가"라고 추정했다.

또 "선체에서 기름과 뻘이 유출돼 왔고, 기름 유출상태나 뻘 퇴적상태 등을 정리하다 (유골이) 발견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종합하면 문제의 뼛조각들은 세월호 선체 안에서 뻘과 기름, 물 등과 함께 뒤섞여 있었다.

뼛조각이 밖으로 나온 시점은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 위에 얹은 뒤 물 밖으로 부양하는 작업 도중으로 보인다. 선체 안에 고여있던 해수가 선체 밖으로 흘러넘칠 때 같이 흘러나왔다는 추측이다.

문제는 대체 이 뼛조각들이 세월호 선체의 어떤 틈새를 통해 흘러나왔냐는 점이다.

7개의 뼛조각마다 크기는 다르지만 최대 18cm에 달하고 가장 작은 것도 4cm나 된다.

뼛조각 외에도 신발 등 유류품도 함께 발견됐다. 이 가운데 신발은 장화 형태의 작업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것이 인양 작업자의 것인데 분실한 것인지, 세월호 승선자의 유류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동안 해수부는 3중 유실방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해왔다. 일단 하나는 사고해역 해저에 설치한 펜스다.

또 세월호 선체의 개구부 162곳에 구멍 지름 2.5cm의 유실방지망이 설치됐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현은 (유실방지망 설치가)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선체 곳곳에는 유실방지망을 아예 설치하지 않은 개구부가 100곳이 넘는다.

해수부는 인양 준비과정에서 파악한 개구부가 291곳에 달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이 가운데 막힌 채 원형이 유지된 28곳을 제외해도 남은 263곳 중 101곳은 유실방지망이 설치되지 않았다.

당시 해경은 열려있는 101곳의 개구부는 20~30cm의 크기여서 유실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원확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치아 등의 뼛조각은 이보다 더 작은 것도 많다. 

더구나 미수습자 9명 가운데 최연소자인 권혁규 군이 참사 당시 7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20~30cm 구멍은 물론, 유실방지망의 2.5cm의 지름도 턱없이 크다.

좌현의 경우에는 아예 유실방지망이 설치되지 않았다. 참사 이후 지난 3년 동안은 바닥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미리 설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해수부는 인양작업에 돌입하면서 선체 아랫부분을 받치는 리프팅빔 위에 구멍 지름 1cm의 유실방지망을 설치한 뒤 그 위에 세월호 선체를 얹었다.

하지만 세월호 선체 좌현은 배 특유의 유선형을 띨 뿐 아니라 각종 구조물이 장착됐다. 리프팅빔에 있는 유실방지망과 밀착하지 못한 채 부분적으로 틈새를 노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수부는 "좌현은 갑판 위 펄과 진흙이 곳곳에 무릎까지 쌓여 접근이 어렵다"며 세월호를 완전히 물 위로 띄워올린 뒤에도 좌현에 유실방지망을 설치하지 않았다.

지난 27일 접근할 수도 없다던 세월호 좌편에 지름 10cm의 구멍 32개를 뚫어 배수작업을 시도했던 것과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추정 가능한 또다른 유실 경로는 162곳의 개구부에 설치된 유실방지망이 훼손돼 이 곳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다.

이 단장은 "1만 3천t의 초중량 구조물을 무게 중심을 수시로 잡아가며 인양하면서 다소 흠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인정했다.

이번에 발견된 뼛조각들의 두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18cm에 달하는 뼛조각의 경우 직경이 최소 2cm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유실방지망을 통과할 수 없겠지만, 유실방지망의 고정이 풀려 유격이 생긴다면 뼛조각이 유실되기에 충분하다.

결정적으로 세월호 좌현 선미는 인양 도중 지난 23~24일 램프 출입구를 절단하면서 가로 7m, 세로 11m의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다.

해수부는 이 구멍이 화물칸으로 이어져 미수습자가 있을 객실부와 연결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지난 27일 천공을 통한 배수작업이 중단된 이유를 살펴보면 이러한 해수부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는다.

당시 해수부는 D데크의 천공지점 4곳에 지름 1cm 크기의 구멍을 내는 시험천공을 진행했다. 물이 나올 것이라는 해수부의 예상이 무색하게 1곳에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고, 3곳에서는 기름이 나왔다.

세월호는 3년 동안 물에 잠긴 채 맹골수도의 거센 조류에 휘말려 있었다. 세월호 선체 내부를 나누는 격벽은 3년 전 수색 작업 당시 이미 잠수사들이 손으로 누르면 휘어질만큼 약해졌다.

해수부가 정상 운행 당시의 선체 내부구조를 토대로 '미수습자가 없을 구역', '유실을 우려할 필요가 없는 구역'을 마음대로 예단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하지만 해수부는 "유실방지막 추가 설치는 검토하지 않는다"며 추가 유실방지 대책은 세우지 않은 채 예정대로 30일 목포 신항을 향해 출발하겠다며 이날 브리핑을 마무리했다.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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