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실' 자처한 당국…'껍데기 인양' 현실화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발생한 '돼지뼈 유실' 사태를 통해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유실방지 대책은 구멍투성이였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선체에서 이미 대거 유실이 이뤄졌을 것이란 우려에도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월호를 선적한 반잠수식 선박 갑판 위에서 28일 발견된 뼛조각은 미수습자의 유해가 아닌 돼지뼈로 확인됐지만, 한층 중대한 사실도 동시에 확인됐다.

선내 수색도 아닌 인양 작업 도중 인체의 뼈 크기와 유사한 동물 뼈가 선체 밖으로 유실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언제든지 유실사태가 일어나거나 이미 빈번하게 일어났을 것이란 근거가 된다.

뼛조각이 발견되자 해양수산부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를 일단 거치한 다음 부양하는 과정에서 뻘 등과 함께 내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비록 이번엔 선체 어딘가의 구멍을 통해 돼지뼈가 반잠수선 갑판 위로 떨어졌지만, 그동안에는 미수습자의 유해나 유류품 또는 세월호 참사의 경위를 밝혀줄 핵심 증거들이 갑판이 아닌 바다 속 어딘가로 떨어져 급류에 떠내려갔을 수 있다.

이번 인양과정에서 가장 유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시점은 지난 23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인 24일 자정 무렵이다.

CBS노컷뉴스가 28일 단독보도한 대로, 해수부는 하루 전날인 22일 조류가 더 빠른 데다 위험하고 멀기까지 한 해역에 반잠수선을 비밀리에 옮겨놨다.

이어 "부양에 장애가 된다"며 23일 오후 8시부터 세월호의 선미 좌현 램프를 제거, 가로 7m에 세로 11m 크기의 구멍이 생겨난다. 세월호는 곧바로 반잠수선으로 출발, 28시간 뒤 반잠수선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해수부는 "소조기 안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며 램프 절단으로 생긴 구멍에 유실방지망조차 설치하지 않았다.

선체에 거대한 구멍을 뚫고도 유실방지 장치조차 없이, 침몰 해저에 설치한 유실방지 펜스를 벗어나 3km 넘게 맞파도를 헤치며 28시간 동안 유실 위험 노출을 자처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세월호참사 국민조사위 박용덕 상임연구원은 "만약 정말 반잠수선까지 옮겨야 했고, 램프 역시 제거했어야 하더라도 램프를 제거한 시점에 세월호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계획을 다시 짜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반잠수선을 최대한 세월호 근처로 옮겨야 합리적인데도, 해수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며 "도저히 의심을 접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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