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반잠수선 '더 위험한' 해역에 옮겼다

세월호를 선적하기 직전 반잠수식 선박이 오히려 유속이 더 빠르고 위험한 해역으로 비밀리에 옮겨졌던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드러났다. 최대 난제였던 부양작업을 앞두고 조류가 더 느린 곳을 찾았다는 정부의 뒤늦은 해명과 정면 배치돼, 이동 배경을 놓고 의문이 증폭될 전망이다.

◇해수부, 반잠수선 은근슬쩍 3km 이동…나중에 "조류 탓"

지난 24일 오전 10시, 진도군청의 해양수산부 정례브리핑.

전날 밤 10시 예정에 없던 긴급브리핑을 열어 "선체 좌현 후미의 램프를 절단하겠다"는 폭탄 발표가 나왔던 터라, 당시 언론의 관심은 램프 절단 과정에 쏠렸다.

해수부는 당시까지만 해도 사고 해역 1km 안팎에 있다던 반잠수선의 위치를 이날 브리핑 도중 3km로 슬쩍 바꿔 얘기했다.

일부 취재진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반잠수식 선박 위치를 결정한 시점은 이틀 전"이라고 털어놨다.

아무런 유실방지 대책도 없이 램프까지 잘려진 세월호는 비밀에 부쳐졌던 이 결정으로 인해, 훨씬 더 커진 유실 위험을 떠안은 채 두 배 이상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심지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도 램프 절단은 물론, 반잠수선 이동 역시 사전 협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장은 이처럼 갑작스레 비공개로 위치를 옮긴 이유에 대해 "전체적인 세월호와 도킹을 위한 최적의 장소를 다각도로 검토했다"며 "작업환경은 세월호 현장보다는 약간 조류가 약한 편"이라고 뒤늦은 해명을 내놨다.

장기옥 인양과장도 "맹골해역은 조류가 심해 반잠수식 선박이 움직이지 않고 재킹바지선과 세월호가 이동하도록 결정했다"고 거듭 해명했다.

당시 해수부 측은 세월호 인양 작업을 안전하게 마무리하려면 1.5m/s 이하의 조류 속도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제시했다.

사고 해역은 소조기에 초속 1.1~1.4m, 중조기엔 초속 1.9~2.4m인 반면에 반잠수선이 옮긴 해역은 소조기에 초속 0.4~0.6m, 중조기엔 초속 0.7~0.8m로 '안전해역'이란 것이다.

◇해수부 근거로 댄 국립해양조사원 '조류 속도 별 차이 없다'

하지만 CBS 취재 결과 정부 해명과는 정반대로 반잠수선이 비공개로 옮겨진 해역은 오히려 조류가 더 빠르거나, 최소한 차이가 별반 없는 해역으로 드러났다.

해수부가 근거로 꺼내들었던 조류 속도를 측정한 당국은 국립해양조사원이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조류와 기상 등 관련 정보는 모두 국립해양조사원으로부터 받아온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국립해양조사원이 직접 측정한 결과, 세월호 선체가 잠겨있던 사고해역과 반잠수선이 기다리던 안전해역의 조류 속도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조사원 관계자는 "물의 흐름은 3km 거리로는 대동소이하다"며 "바다에서 3km 거리는 거의 '앞'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1km든 3km든 조류 속도는 그렇게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남서쪽 1.3km 지점에서 조류를 간헐적으로 측정했다"며 "(세월호가 거치된)남동 3km나 (애초 반잠수선이 있던)북동 1km 지역이나 조류 속도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4일 오후 4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세월호 사고 위치에서 남서쪽으로 1.3km 떨어진 지점에서 유속을 측정한 결과 초속 7~31cm로 문제의 두 해역과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해수부의 석연치 않은 해명은 이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으로 이동할 때 조류의 '방향' 역시 해수부의 입장과 조사원의 설명에 차이가 있다.

해수부는 지난 24일 오후 2시 인양을 마친 세월호 선체를 반잠수선에 옮기겠다고 했지만, 돌연 "조류 방향 때문에 이동에 차질을 빚었다"며 같은날 오후 4시 55분에야 출발했다.

하지만 조사원 측정 결과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는 조류의 방향이 동남향이어서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선으로 향했지만, 6시 이후부터는 북서향으로 바뀌면서 세월호가 파도를 안고 나아가야 했다.

'순방향' 진행은 1시간 30분가량에 그친 반면, 반잠수선 위에 자리잡은 10시까지 4시간이나 '역방향' 진행을 선택한 셈이다.

조류 방향 때문에 출발 시간을 바꿨다는 해수부의 당시 해명과도 어긋나는 대목이다.

◇수십년 병풍도 누빈 어민들 '오히려 더 험한 곳에 세월호 몰아넣어'

수십년간 이 해역을 누비고 다닌 어민들은 오히려 반잠수선이 옮긴 곳이 훨씬 더 위험한 곳이라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20여년째 어선 선장으로 일하는 이모(58)씨는 "지금 반잠수선이 있는 곳의 조류가 훨씬 더 센데, 옮긴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반잠수선이 (사고해역) 근방에 가서 작업하면 이동시간도 짧은데 왜 이동했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잠수선이 있는 곳은 파도도 세고, 암초가 아래에 있어 너울성 파도도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라며 "병풍도를 갈 때면 오히려 파도가 심해서 돌아가는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병풍도 전문 낚시 출조점을 운영중인 조모(50)씨도 "반잠수선을 왜 옮겼나 이해를 못하겠다"며 "날씨도 좋은 상태였는데 굳이 조류가 더 센 지점까지 갈 필요가 있나 이상했다"고 말했다.

어선 선장으로 일하다 최근 은퇴한 송모(65)씨 역시 "오랫동안 낚시배를 몰며 새벽마다 낚시꾼들을 안내하곤 했다"며 "물발이 약한 곳으로 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전문가와 현지 어민들의 증언을 종합하자면, 결국 해수부는 유실 위험까지 감수한 채 '더 멀리' 그리고 '더 위험한' 해역에서 '최대 난제'로 지목해온 선적 작업을 벌인 셈이다.

이에 따라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정부의 결정과 이마저도 비공개로 은밀히 진행한 점, 또 거짓에 가까운 해명과 유실 위험 방치 행태를 두고 자칫 '껍데기 인양'이 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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