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가족들의 반대에도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선체 배수작업을 위한 천공(穿孔·구멍뚫기) 작업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해수부는 27일 오전 10시 진도군청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순수한 해수로 채워진 평형수 탱크는 천공 등을 통해 28일까지 배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했던 평형수 적재량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평형수 탱크는 이미 해수가 유입돼 꽉 찼다"며 "사고 원인 조사에도 지금 단계에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체 안에 남아있는 해수와 폐유가 뒤섞인 유성혼합물 회수 작업의 경우, 세월호-반잠수선 고정 작업이나 반잠수선 날개탑(부력탱크) 제거 작업 도중 용접작업을 하다 화재 등 안전사고가 우려돼 목포 신항에 세월호 선체를 거치한 뒤 구멍을 뚫기로 했다.
또 구멍의 개수와 크기 등은 현장 실사작업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해수부는 창문이나 출입구 등 물이 빠질 공간이 많은 객실 부분은 배수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화물칸이나 탱크의 배수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반잠수선 부상 과정에서 선체 내 유성혼합물이 창문 등 개구부를 통해 상당 부분 배출됐으나, 지난 26일 이후 감소세가 뚜렷하다"며 천공 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월호 제원에 따르면 선체 자체 무게는 6825t으로, 인양 과정에서 리프팅빔을 설치하기 위해 선체 좌현의 스태빌라이저와 닻 등을 떼어냈고, 인양 도중 문이 열린 선미 좌현의 램프도 제거됐다.
하지만 세월호에 고정된 리프팅 빔은 물론 선체 안의 유성혼합물, 뻘 등을 합치면 현재 세월호 선체의 총 무게는 1만 3000t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1대당 26t의 중량을 분담하는 모듈 트랜스포터를 456대 동원하겠다고 밝혀서, 산술적으로 1만 1856t을 감당할 수 있다.
정부는 부양 도중 자연 배수 과정에서 세월호 선체의 무게가 1~3000t 가량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육상 거치 작업의 여유분을 위해 추가 배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선체가 훼손될 뿐 아니라, 미수습자나 유류품 혹은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증거품이 천공으로 인해 추가 유실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CBS 취재진에게 "사전에 천공을 뚫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불가피하더라도 선체 안의 미수습자들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작게 뚫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2017-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