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울린 선장의 한마디 "아이들도 우나 봅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들을 인양현장까지 안내하고 지켜볼 수 있도록 협조한 국가어업지도선 무궁화 2호 선장의 한마디가 가족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은 선체 인양 성공 소식과 함께 75시간의 바다 위 생활을 마치고 25일 팽목항으로 귀환했다.

배멀미와 함께 한 사흘간의 '선상숙식'에 지칠 대로 지친 가족들은 짧은 인터뷰를 마친 뒤 곧장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입을 모아 무궁화 2호 진이동(56) 선장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무궁화 2호는 인양현장에 나가기에 앞서 7박8일 일정의 중국어선 단속업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인데다 연료·부식 모두 부족했지만, 무궁화 2호 선원들은 인양현장에 나가 있던 내내 지친 기색 없이 가족들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미수습자 조은화 학생 어머니 이금희 씨는 무궁화 2호에서 보낸 바다 위 생활을 회상하며 선장과 선원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 씨는 "첫날부터 비가 조금씩 내렸는데 선장님이 가족들을 보더니 '하늘도 울고 있나 봅니다. 기운내세요. 잘 될겁니다'라며 응원했다"고 말했다.

인양과정 동안에는 작업현장이 잘 보이는 위치를 찾아가며 가족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하고 안내했다. 

이어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날엔 진 선장은 팽목항으로 돌아오는 배에서 가족들을 직접 찾아갔다. 

진 선장은 가족들과 눈을 맞추며 "인양 현장에 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라며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어 참 감사했습니다"는 말을 전했다.

3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배를 버리고 탈출한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진 선장은 순조로운 작업과정에는 함께 기뻐하고 응원했고 변수가 생겨 작업이 중단됐을 땐 함께 긴장했다. 

사흘간의 바다 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던 25일은 오전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파도가 출렁였고 내내 흐렸던 이날 가족들을 향한 진 선장의 한 마디에 무궁화2호는 울음바다가 됐다.

"오늘은 아이들이 우나봅니다. 엄마 가지 말라고..."라는 진 선장의 말에 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소리 내어 울었다. 진 선장도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으로 돌아온 직후 가진 점심자리에서도 한동안 진 선장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이금희 씨는 "너무나 고마운 분이었다"며 "해수부와 해경에도 참으로 감사한 사람이 있었다"며 75시간의 바다생활을 함께 해준 진 선장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올해로 26년차 베테랑인 진 선장은 해수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이다.


2017-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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