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세월호 "아이들 삼킨 배, 만감이 교차"

구름이 잔뜩 껴 양지 하나 제대로 찾기 힘든 진도 팽목항 가족휴게소 근처, 일부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24일에도 분향소 주변을 지켰다.

친구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천명구(52)씨는 아들 천인호 학생의 영정 사진을 연신 바라보다 사진을 찍었다.

천씨가 팽목항 분향소를 찾긴 거의 100일 만이다. 오랜 나날 팽목항에 머물며 가족들을 지켜봐왔던 천씨는, 전날 인양 과정을 지켜보다 결국 아침 일찍 분향소를 찾았다.

천씨는 눈물 고인 눈가에 손을 갖다대며 "맨날 울지, 말해 무엇하냐"며 "그 안(세월호 안)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신을 못 찾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천씨는 또 "우리 아들이 여기 있었겠구나 하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며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이 이렇게 아픈지 몰랐다"고 말했다.

단원고 박예지 학생의 어머니 엄지영(39)씨는 '157번째'로 수습된 예지 때문에 아직도 157이란 숫자가 아프다.

엄씨는 3년의 기다림을 한탄하며 "(인양을) 하려고 했으면 벌써 해야 했다"며 "탄핵과 동시에 배가 올라오니, 탄핵이 빨리 됐으면 더 빨리 올라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분위기는 한층 더 숙연해진다. 엄씨는 "(조)은화 엄마나 (허)다윤이 엄마를 보면 우린 아이들을 찾은 입장에서 울 수가 없다"며 "그러면 엄마들은 우린 괜찮아, 괜찮아하며 참는데 이렇게 다들 눈물 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와 소통 문제를 지적하며 아쉬움을 표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단원고 이경주 학생의 어머니 유병화(43)씨는 "해수부가 인양 방식에 대해 가족들과 제대로 소통한다고 말은 하지만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할 수 있는 인양이 왜 3년이나 걸렸는지, (유가족인) 우리는 더 답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희망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유씨는 가족휴게소 근처 진돗개를 쓰다듬으며 "2014년에 작은 강아지였는데 벌써 이렇게 다 크고, 세월이 이렇게 가나 싶다"며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인양 작업 초기만 해도 '이번에도 안 되겠지' 생각했다는 유 씨는 "갑자기 날씨가 도와줘 인양되는 걸 보며 한 번에 되겠다 하는 느낌, 희망이 생겼다"며 "배가 손상되지 않고 빨리 육지까지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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