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농도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일 때 차량 2부제 등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기로 했지만, 기준이 턱없이 높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반도 미세먼지의 상당수는 중국발(發)임에도 '황사 등 국외 영향'을 최대한 배제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환경부는 지난달부터 수도권에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비상저감조치를 발령, 공공기관 차량 2부제와 공사장 조업 단축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내년부터 민간까지, 2020년엔 수도권 이외까지 전면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비상저감조치 발령 여부의 판단 기준은 현재 '초미세먼지'로 부르고 있는 PM2.5다.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입자상물질을 가리키는 것으로, 통상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보다 작은 PM10을 지칭해왔다. 1㎛는 100만분의1m다.
환경부는 PM10 대신 PM2.5를 발령 항목으로 삼은 까닭에 대해 "황사 등의 국외 영향이 적고 인체 위해도가 더 높기 때문"이라며 "국제적으로도 PM2.5를 중시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상저감조치로 차량 2부제를 이미 도입한 프랑스의 경우 PM10을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PM10이 ㎥당 50㎍(마이크로그램)일 때 '경계단계', 80㎍을 넘기면 '경보단계'를 발령한다.
이를 기준으로 경계단계가 며칠간 계속되거나, 경보단계가 하루를 넘기면 차량 2부제를 실시하도록 돼있다. 지난해는 두 번,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한 번씩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따라서 PM10을 배제한 국내 기준으로 따지자면, 프랑스 기준으로 '경보단계'가 일년간 계속되더라도 국내에선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될 일이 없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프랑스는 주변국에서 황사가 날아오는 일이 없어 우리와 개념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국내에서 PM10을 적용하면 인체에 해로운 PM2.5가 아니라 큰 먼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PM10은 기도까지 들어가지만, PM2.5는 기관지와 폐까지 침투하므로 유해성이 대략 4배 더 강하다"며 "PM10 가운데 PM2.5가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이르기 때문에 굳이 PM10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했다.
기도까지 들어가는 미세먼지를 애써 외면한 것도 문제이지만, 특보 기준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높다는 지적도 불거진다.
국내에선 PM10이 두 시간 이상 150㎍/㎥를 넘겨야 '미세먼지 주의보'를, 300㎍/㎥을 넘겨야 '경보'를 발령한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국이 프랑스보다 최소 3배 이상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하는 셈이다.
'초미세먼지 주의보' 역시 PM2.5가 두 시간 이상 90㎍/㎥을 넘겼을 때, 경보는 180㎍/㎥ 이상일 때야 내려진다. PM2.5가 ㎥당 15㎍ 이하일 때는 '좋음', 16~50㎍은 '보통', 51~100㎍은 '나쁨', 101㎍은 '매우 나쁨'으로 분류된다.
이러다보니 지난 주말 전국을 덮친 미세먼지에도 비상저감조치는 발령되지 않았다. 숨쉬기조차 힘든 국민들의 체감도와는 크게 동떨어진 대응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국은 ①당일 17시 기준 수도권 9개 경보권역 중 한 곳 이상에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 발령 ②당일 0~16시 평균농도가 50㎍/㎥ 초과 ③다음날 예상농도가 3시간 이상 100㎍/㎥ 초과 등 3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할 때만 조치를 내린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지난 19일엔 ②와 ③이 충족됐지만 경기북부권역에 내려진 주의보가 18일 오후 2시에 해제돼 ①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21일엔 ①과 ②가 충족됐지만 ③은 해당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으로도 비상저감조치의 3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날은 쉽게 발생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다른 환경부 관계자는 "사실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해도 국민들 입장에선 불편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겠냐"며 난감해했다.
정부는 다만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미세먼지로 불러온 PM10은 '부유먼지'로, 초미세먼지로 불러온 PM2.5는 '미세먼지'로 명칭을 통일하기로 했다.
201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