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탄핵되면서 작년 하반기 이후 이어져온 사실상의 '식물 정부' 상태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적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걷히게 된 만큼, 나머지 60일은 가계부채와 대우조선해양 문제 등 혹시 모를 위기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KDI(한국개발연구원) 백웅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차기 정부 출범까지 남은 60일은 새로운 일을 벌이긴 어려운 시간"이라며 "현 정부가 지난 1월부터 굉장히 많은 정책들을 발표했는데 우선순위를 둬서 착실히 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처하면서 그동안 해오던 일만 잘 마무리하려 해야지, 뭔가를 새로 벌리려 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김남근 변호사는 "탄핵이 인용되면서 그동안 결정을 유보해온 가계부채 등 당면현안들에 본격 대응할 수 있는 여건들이 갖춰졌다"며 "불확실성에 의사결정을 미뤄온 기업들도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도 "지도력 공백 상태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며 "공직기강이나 정부정책의 기본 방향을 감안할 때 경제에도 플러스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난 뒤 이어져온 '결정 부재'로 트럼프 체제와의 관계 설정이나 사드 대처, 가계부채 뇌관과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현안 모두 엉거주춤한 상태란 얘기다.
60일을 남긴 '경제 순장조'가 주력해야 할 최대 현안으로는 역시 가계부채가 일순위로 손꼽힌다.
지난 2014년 1000조 원을 돌파한 국내 가계부채는 2015년 1203조 원, 지난해 1344조30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치솟으며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에 대출금 이자를 갚기조차 힘든 한계가구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국민대 경제학과 조원희 교수는 "과도기에 갑자기 불안정해지는 걸 막는게 최대 임무"라며 "가계부채 관리는 물론, 공급 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사태 등 주택시장 불안요인 해소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가 경제 활성화니 적극적 역할에 나서는 건 과욕일 뿐"이라며 "국민들이 뭔가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에도 연초부터 황교안 총리 주도로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내왔고, 이달중 청년일자리 대책과 세부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전성인 교수는 "내수와 청년 일자리 문제는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차기 정부 기조에도 당연히 들어갈 것이고 뒤바뀔 가능성도 많다"며 "현 정부는 지난해 국회에서 승인받은 예산 범위 내에서만 사업을 집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예산 범위 내에서 조기집행을 하는 것까진 '재량권'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예산에 없는 일을 벌리려 한다거나 추경을 편성하는 건 이미 현 정부의 손을 벗어났다는 얘기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번 사드 배치처럼 차기 정부가 되돌리지 못하도록 대못박기식의 결정들을 남발해선 안된다"며 "새로 재정이 들어가거나 목표를 세우는 일은 피하고 통상적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7-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