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의 적립금이 각각 2020년과 2023년에 고갈되는 등 8대 사회보험 대부분이 향후 10년사이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로 '수급자'는 갈수록 늘고 있는 데 반해 저출산으로 '부담자'는 갈수록 줄어들면서, 급여 체계와 부담 방식에 대한 근본적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025년엔 총지출 두 배…매년 8.4%씩 늘어
8대 사회보험은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4대 연금과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을 가리킨다.
기획재정부가 7일 발표한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106조원이던 8대 사회보험 지출 규모는 매년 8.4%씩 늘어 2025년엔 2.1배 많은 22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됐다.
4대 연금의 지난해 총지출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2.2%인 35조원이었지만, 2025년엔 GDP 대비 3.1%인 75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민연금 지출은 매년 10.7%씩 늘어, 지난해 17조 7천억원에서 2025년엔 44조 4천억원으로 2.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711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수급자로 전면 진입되는 데 따른 결과다.
실제로 국민연금 수급자는 지난해 413만명에서 2025년엔 1.6배인 645만명으로, 사학·군인·공무원연금 수급자는 64만명에서 1.4배인 89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1인당 수급액은 매월 48만원에서 68만원으로, 20년 이상 가입자는 89만원에서 113만원으로 최대 42% 증가하게 된다.
◇건보 등 4대 보험도 '수급자' 폭증 전망
4대 보험의 총지출 역시 지난해 71조원에서 2025년엔 2배인 145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GDP 대비로는 4.4%에서 6.1%까지 규모가 커지는 셈이다.
지난해 52조 6천억원이던 건강보험 지출의 경우 고령화로 인한 노인 진료비 때문에 연평균 8.7%씩 증가, 2024년엔 100조원을 돌파하고 2025년엔 111조 6천억원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1인당 급여비 역시 지난해 95만원에서 2025년엔 18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의 건보 급여비중은 지난해 38.6%였지만, 2025년엔 49.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보험 지출 역시 지난해 8조 5천억원에서 매년 7.2%씩 늘어 2025년엔 15조 8천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급자도 지난해 531만명에서 2025년엔 612만명, 1인당 수급액도 136만원에서 229만원으로 각각 증가한다. 구직급여 수급자와 육아휴직이 증가하는 데 따른 흐름이다.
◇노령층 '공적부양' 비용 치솟아 '세대 갈등' 우려도
노령화로 수급자와 지출 규모가 급증하면서 각종 사회보험의 재정수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지난해부터 적자로 전환됐고, 3년 뒤인 2020년에 적립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2025년엔 적자가 2조 2천억원까지 늘어난다.
건강보험 역시 올해 적립금이 21조원에 이르지만,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돼 2023년엔 소진된다. 적립을 토대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과는 달리, 건보는 그 해 거둔 보험료를 그 해 모두 쓰는 게 맞다.
하지만 보장성을 확대하지 않아 쌓인 적립금이 이대로 소진되면, 가뜩이나 수급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건보 혜택도 현상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축소될 개연성도 있다.
특히 장기요양보험료는 직장·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에서 6.55%씩을 일괄적으로 떼어 충당하는 만큼, 제도 변경 없이는 건보료 대폭 인상이나 요율 상향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젊은층인 경제인구와 노령층인 수급자간 '세대 갈등'도 증폭될 수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갈수록 줄어드는 '부담자'가 고령화로 폭증하는 '수급자'를 떠받쳐야 할 경제적 부담도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타까운 대목이지만 부모 세대를 부양하는 공적부조 개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며 "장기요양보험 특성에 맞는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나라는 지난 2000년 이미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7%를 넘는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18년 만인 내년엔 14%를 넘는 '고령사회', 또 8년 만인 2026년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다른 선진국들이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에 이르기까지 대략 70년이 걸린 반면, 우리는 26년 만에 급속한 노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그런데도 노인 빈곤율은 48.5%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1.6%의 4배가 넘고, 국민 자산의 70% 가량은 부동산에 편중돼있어 노후자금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국민연금도 지출 속도 훨씬 빨라 '재정위험 잠복'
고용보험 역시 2020년부터 적자로 바뀌어 2025년엔 2조 6천억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미 적자인 공무원·군인연금도 지난해 3조 8천억원에서 2025년엔 9조 7천억원으로 그 폭이 늘어나지만,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국고 보전으로 재정균형이 유지된다.
국민연금은 당기흑자가 지난해 46조원에서 2025년엔 57조원으로 늘어나고 적립금도 1천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하지만 지출 증가율이 10.7%로 수입 증가율인 5.3%를 크게 웃돌기 때문에 적립금 증가율도 지난해 7.8%에서 2025년엔 5.9%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수입 대 지출의 비율 역시 지난해 3.6에서 2025년엔 2.3으로 줄어든다. 당기수지는 흑자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위험성이 잠복해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건강·장기요양·고용보험의 수입지출비율은 1에서 0.8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8대 사회보험 가운데 재정이 양호한 건 산재보험뿐이다. 당기 흑자도 지난해 1조 5천억원에서 2025년엔 3조 3천억원, 적립금은 13조 4천억원에서 36조 2천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재해율 감소에 따른 흑자란 게 당국 설명이다.
◇'시한부 정부' 보완 나선다지만…차기 정부서 '국민 공감대' 형성해야
정부는 재정 위기에 직면한 건강·장기요양·고용보험의 경우 5월중 해당 부처별로 보완적인 중기 재정추계를 실시하는 한편, 4대 연금에 대한 2087년까지의 장기 추계 작업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기재부측은 "중기 수지균형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험료율을 조정하고, 최저임금과 연동된 구직급여 하한액 설정기준을 합리화하는 등 지출효율화 계획을 6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율과 수혜 대상 등의 부담-급여 체계를 바꾸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현 정부에서 손을 대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정 고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차기 정부에서 곧바로 보완대책 마련에 착수하기 위해선, 올해 대선 국면에서 유력주자들의 해법 제시와 이를 통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일단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험의 적립금 운용수익률을 높여 재정 안정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장기요양보험을 제외한 7대 사회보험의 금융자산운용 규모는 620조 2천억원으로 GDP 대비 38.2%에 이른다.
이 가운데 90%인 558조원은 국민연금으로, 지난해 해외주식(10.0%)과 대체투자(9.7%) 등을 통해 4.7%의 수익률을 냈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도 각각 4.1%와 4.0%의 수익률을 나타내면서, 7대 사회보험 전체 수익률은 일년전과 같은 4.6%를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추계로 볼 때 자산운용 수익률이 1%p 오르면 적립금은 8.4%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투자관리방식의 선진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2017-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