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케이블카 추진으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설악산 산양이 올 겨울에도 먹이를 찾지 못해 탈진했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19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설악산에서 탈진해 쓰러진 산양이 발견된 건 지난달말과 이달초 두 차례.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 217호인 산양은 원래 산악 고지대의 깊은 계곡이나 절벽에 산다. 올 겨울 설악산에 폭설이 내리면서 먹이를 찾지 못해 저지대까지 내려왔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다행히 생명을 건진 산양들은 구조센터에서 전문 수의사의 치료·재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건강이 회복된 개체는 자연적응장에서 야생성 강화 훈련과 개체군 형성기간을 가진 뒤 자연 방사된다. 회복이 불가능한 개체는 생태학습장에서 증식개체로 활용된다.
그렇잖아도 멸종 위기에 처한 산양의 겨울철 시련은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2010년 이후 공단의 종복원기술원에서 구조한 산양만도 65마리에 이른다.
산양은 평소 참나무나 찔레, 원추리, 헛개나무나 취나물 등을 먹고 산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숲 바닥에 떨어진 열매나 마른 잎을 먹으며 버티다 보니, 대부분 굶어서 탈진하거나 다쳐서 고립되는 경우도 많다.
지금까지 구조된 산양 가운데 기아·탈진 43마리, 부상 7마리, 고립된 경우가 5마리였다. 2010년엔 폭설을 견디다 못해 22마리의 산양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구조 시기는 한겨울보다는 3월에 빈도가 높다. 암컷보다는 수컷이 2배 가량 많았고, 절반 이상은 새끼와 성체의 중간인 2년생 아성체였다.
올 겨울에도 대설경보 3번에 한파경보 2번이 내려졌던 만큼, 곤경에 처한 산양들이 구조 빈도가 가장 높은 3월에 무더기로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엔 설악산을 비롯, 울진·삼척, 양구·화천,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대략 900마리의 산양만이 남아있다. 설악산 일대에 설치하려던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지난해 연말 부결된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조사에선 56마리의 산양이 서식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설악산 일대에 케이블카 건설을 강행할 경우 발파 작업이나 헬기 운행으로 인한 소음 진동 등이 산양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강원도 양양군은 이르면 20일 문화재청의 불허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혹독한 겨울을 가까스로 버텨낸 산양들에게 또다른 시련이 다가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2017-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