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저성장 속에 금융위기 이후 7년만에 닥쳐온 실업자 100만 시대.
최악의 고용 한파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뒤늦게 일자리 창출과 소비 활성화에 나섰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나라 안팎의 불확실성에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까지 꽁꽁 얼어붙으면서, 그동안 수출 일변도로 흘러온 정부 정책도 부랴부랴 '일자리'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고 국민 체감도가 높은 20개의 주요 일자리 과제를 선정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선정한 20개 일자리 과제는 △SW신산업육성 △VR콘텐츠산업 육성 △MICE 등 융복합 관광산업 육성 △신산업투자 활성화 △에너지신산업 육성 △노인장기요양 서비스확대 △경력단절여성 맞춤형 취·창업지원 △농식품·해양수산 분야 창업활성화 △재난관리전문역량 확충 △시간선택제를 통한 국가공무원 잡셰어링(Job-Sharing) 활성화 등이다.
빠르면 이달안에 세부적인 일자리 대책과 함께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한 내수 활성화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유 부총리는 "소비심리 회복, 가계소득 확충, 생계비 부담 경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겠다"며 "민생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과 국민들의 반응은 그리 탐탁치 않다. 당장 일자리 대책이란 게 '재탕삼탕'이란 지적이다. 그동안 각 부처별로 내놨던 공공 부문 일자리 정책을 끌어모은 데 불과할 뿐, 정작 중요한 민간 부문 양질의 일자리를 어떻게 이끌어낼지는 답이 보이질 않아서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이영욱 연구위원은 "정부가 재정지출로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면 공공부문에 일자리를 늘리는 것밖에 안된다"며 "이런 정책은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에 없다'는 안 좋은 시그널만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조개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재정지출로 풀려다 보니 공공 부문 위주의 대책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4년간 '재벌 위주' 정책만 밀어붙여온 정부가 뒤늦게 부르짖는 '일자리'니 '민생 대책' 구호가 곱게 여겨질 리도 만무하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필상 교수는 "정권이 바뀔지 모르니 임기응변으로 돈이나 풀어서 일자리 만들자는 정책을 펴선 안된다"며 "중요한 건 경제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와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역시 '심리'가 가장 중요한데도, 정부가 회복의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해온 게 불황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성장동력을 찾는 일"이라며 "산업 구조개혁 정책을 펴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정을 확대하는 순서로 가야 하는데, 현 정부는 역순을 밟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다보니 현 경제팀 스스로 언급한 대로, 내수·민생 여건과 직결되는 일자리와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되고 자영업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질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증세는 없다"던 정부가 불황에 허덕이는 국민들로부터 지난해 더 걷은 세금만도 25조원. 시장에 풀려있어야 할 돈을 걷어들여 지갑을 꽉 닫게 만든 장본인임에도, 이제는 그 돈으로 일자리를 급조하고 내수를 띄우겠다는 '모순형용'에 빠진 셈이다.
2017-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