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트럼프 으름장'에… 한일 갈등 번지나

트럼프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이 엉뚱하게도, 한일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의 환율조작이 의심된다"고 보도하면서다. FT는 지난 2015년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經濟)신문에 인수된 매체다.

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당국은 전날 FT 본사와 일본 지사에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국제금융 라인에서 외신에 항의서한을 보내긴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이 서한에서 "한국은 환율 절상을 방지하기 위해 환율을 특정 방향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문제로, 과도하게 움직일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미세조정을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IMF(국제통화기금)와 미국 재무부 보고서 등을 봐도, 한국이 환율조작을 한 근거가 전혀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앞서 FT는 지난 13일 도쿄발로 낸 "트럼프의 아시아 환율조작국에 대한 분노는 타깃이 잘못됐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명백한 환율조작 장본인은 일본과 중국이 아닌 한국과 대만, 어떤 측면에서는 싱가포르"라고 주장했다.

특해 대만과 싱가포르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각각 15%와 19%로 한국(8%)보다 두 배 이상 높은데도, '1순위'로 한국을 겨냥한 듯한 표현을 곳곳에 녹여놨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고령화와 유가 하락에 기인하고 있다"며 "국제결제은행(BIS) 발표처럼 원화의 실질 가치가 계속 고평가돼 있으므로, 환율 저평가로 흑자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FT의 이번 주장이 일본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막기 위한 '물타기'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으로 향한 트럼프 정부의 관심을 한국과 대만으로 돌리려 한 게 아니냔 것이다.

실제로 FT는 문제의 보도에서 "일본은 2011년 이후 외환 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중국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를 낮추기보단 막대한 절하 압박을 받는 위안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가 보기엔 일본 시각이 지나치게 반영됐다"며 "외환 정책에 대해 신중하게 언급해달라는 의미에서 서한을 보내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은 연초부터 소녀상 설치를 이유로 통화스와프 논의 중단을 우리 정부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때 700억 달러 규모에 달했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두 달 뒤에 연장 없이 중단된 바 있다.


2017-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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