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은 3월 5일. 하지만 올해는 2월초부터 개구리들이 한 달가량 일찍 잠에서 깨어 산란 중인 것으로 관찰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 2010년부터 지리산국립공원의 북방산개구리를 관찰한 결과, 올해 첫 산란일은 2월 6일로 확인됐다. 발견장소는 구룡계곡 일대다.
이는 지난해보다 열흘, 2015년에 비해선 26일이나 빠른 시점이다. 첫 산란일이 가장 빠른 날은 2014년의 2월 1일, 가장 늦은 날은 2015년의 3월 4일이었다. 8년간의 평균 첫 산란일은 2월 16일이다.
부산 화명수목원에선 지난달말부터 볼을 한껏 부풀린 채 산란을 위해 연못을 누비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봄철개구리로도 불리는 북방산개구리는 우리나라와 중국 동북지역, 일본 대마도에 분포하고 있다. 산란기는 보통 2~4월 사이로, 암컷이 1년에 한 개의 알덩어리(난괴)를 낳는다.
따라서 난괴 수만 파악해도 해당지역의 개체군 변동을 추정하기 쉬워 다양한 목적의 연구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에도 포함돼있다.
북방산개구리의 첫 산란일은 '적산온도'가 '발육영점온도' 이상이 되는 날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변온동물인 양서류는 너무 추우면 동면에 들어가는데, 개구리의 발육에 필요한 최저 기온인 '발육영점온도'는 5℃이다. 일평균온도에서 5℃를 뺀 누적치의 합인 '적산온도'가 5℃를 넘어서는 시점을 산란기의 시작으로 보면 된다.
적산온도 시작일이 빨라지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면 산란도 빨라지고, 겨울철 기온이 변덕스러우면 산란일도 헝클어진다는 것이다.
공단 관계자는 "북방산개구리는 외부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하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첫 산란 시기는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실효과' 등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가 예민한 개구리의 겨울잠을 설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2017-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