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를 무허가로 제조·수입해 팔아온 대기업들을 비롯해 불법 유통조직 33곳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PHMG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돼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성 화학물질로, 이들이 유통시킨 물량만도 295톤에 이른다.
환경부는 중앙환경사범수사단과 공조해 압수수색 등을 벌인 결과, 이들 업체와 대표이사 등 관계자 32명을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유해화학물질 불법유통조직이 '일망타진' 식으로 한꺼번에 적발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적발된 33개 업체엔 대기업이나 계열사 3곳도 포함됐다.
이들 업체들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유독물질 수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채 PHMG를 제조․판매하는 등 당국의 눈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업체는 PHMG 성분 함량을 유독물기준 이하로 허위 조작, 일반 화학물질인 것처럼 위장해 단속 공무원을 속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유통시킨 PHMG는 크게 '인산염'과 '염화물' 형태로 나뉘는데, 1% 이상 함량됐을 경우 유독물질로 분류된다. 인산염은 섬유 등의 항균처리제로, 염화물은 항균플라스틱 제조 원료로 사용됐다.
다만 이번에 적발된 물량이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환경부측은 "PHMG가 흡입독성은 강한 반면 피부독성은 낮다"며 "항균처리된 섬유와의 피부 접촉으로 인한 인체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는 중국에서 인산염과 염화물을 수입한 뒤 희석해 유통시키거나, 국내에서 인산염을 제조해 유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무허가업체인 A사의 경우 인산염 함유량이 52%인 유독물질을 수입, 24%로 희석해 8톤 분량을 유통시켰다. 역시 무허가 업체인 B사도 염화물 분말 13.5톤을 중국에서 수입, 25%로 희석해 61.7톤을 제조한 혐의다.
B사로부터 유독물질을 사들인 4개 업체도 판매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또다른 업체들에게 판매했다. 판매총책 격인 C사의 경우 구입업체들이 유독물질 취급에 우려를 표시하자, 함량을 허위 기재해 유독물질이 아닌 것처럼 조작하기도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들 업체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교훈에도 PHMG를 버젓이 불법 유통시켜왔다"며 "일부 대기업조차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관련 업계가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채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피의사실 공표 소지를 감안, 검찰이 기소한 직후 이들 업체들의 명단을 전면 공개할 계획이다. 또 PHMG뿐 아니라 유해화학물질 전반으로 불법유통 실태 점검을 확대할 방침이다.
2017-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