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1일부터 막을 여는 가운데, 정부가 일명 '규제프리존법'을 최우선 입법 과제로 재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최순실표 재벌특혜법'이란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여론 반발이 거센 법안인데도,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정부가 또다시 관철에 나서면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정기국회와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주요 민생법안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지역경제를 살리고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두 개씩의 '규제 프리존'을 설치, 해당 지역 전략산업의 규제를 없애고 재정·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주도해 만들었지만 통과 가능성을 높이려 19대 국회에서 '의원 청부 입법' 형태로 발의됐다. 이후 야당들의 반대로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폐기됐지만, 지난해 5월 총선 직후 새누리당이 다시 발의했다.
정부는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규제프리존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황 총리는 지난달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도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약속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규제프리존은 쟁점이 없는 법안"이라며 "늦어도 2월 임시국회에선 반드시 통과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측 공언과 달리, 워낙 '쟁점'이 다분한 법안이어서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장 해당 법안 추진에 연루된 인사들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들에 의해 설연휴 직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고발된 상태다.
피고발인 명단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비롯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포함됐다.
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도 무더기 고발됐다.
이들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지급한 대가로,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특혜 법안을 추진하려 했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 최재혁 경제노동팀장은 "규제프리존법은 의료 민영화나 개인정보 침해 등 우려할 대목이 너무나 많은 재벌 특혜법"이라며 "기업 편의를 위해 안전성 검증 절차 등을 대폭 줄이다보니 제2, 제3의 옥시 사태가 빈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적 규제를 담은 법안들은 모두 의미와 취지가 있어서 제정된 것인데도, 기재부가 관할하는 법안 하나로 모든 법들을 무력화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위험천만하다는 얘기다.
최 팀장은 "프리존에 대해서만 규제를 푼다는 게 정부 해명이지만, 조금씩 균열이 생기다 보면 전체 법규나 제도가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 유치 등 지역 이익에만 매몰될 일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단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의 반대 기류가 강해 2월 임시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그 '지류'인 바른정당은 법안 통과에 무게를 싣고 있고, 여기에 국민의당 일각에서도 긍정적 입장이 새어나오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2017-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