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교역국 '빗장' 거는데…정부는 '수출 타령'만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 정책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무역 퇴조가 가시화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수출 일변도'에 머물고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 속에서도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활성화 방안은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설연휴 마지막 날인 30일에도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찾은 곳은 인천남동공단의 한 수출업체였다.

유 부총리는 이날 현장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했기 때문에 올해 많이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행보에 대해서도 "수출 저변 확대와 보호무역 확산 대응 등을 위해 통상 채널을 적극 활용하겠다"며, 수출을 중심에 둔 정책 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

트럼프 정부의 다음 도마에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올라 폐기까지 이어질 경우, 2020년까지 수출이 130억 달러 감소하고 일자리는 12만 7천명 줄어들 것이란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이다.

심지어 친기업 성향의 한국경제연구원은 2021년까지 수출 감소는 269억 달러, 일자리 감소는 24만개에 이를 거라고 '경고음'을 냈다.

하지만 수출만이 침체일로에 빠진 우리 경제의 '메시아'가 될 것이냐를 놓고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설령 수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이익을 더 내거나 유지하는 건 소수의 대기업들일 뿐, 이들이 고용을 더 늘리거나 임금을 올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경기 침체는 그대로 이어질 거란 얘기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송영관 연구위원은 "수출이 늘어도 일부 기업들의 '그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수출을 주요 지표로 삼는 건 옛날 얘기지, 너무 의존하거나 크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잘돼야 모두가 '떡고물'이라도 얻을 수 있다는 요지의 이른바 '낙수효과 이론'은 대한민국 경제에서는 사실상 폐기된 지 오래다.

가령 최근 수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의 경우만 해도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과 이를 통한 소비 진작,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善)순환 구조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증설되는 생산 라인이 100% 자동화돼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10월 비공개로 연구용역을 의뢰한 '수출의 국민경제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수출 대기업의 매출액이 1% 증가할 때 하청업체는 1천분의5 수준에 불과했다. 

또 매출액 가운데 수출 비중이 10% 증가해도 고용은 3.5% 증가에 그쳐, 정부 차원의 대기업 지원이 고용 증대나 소득 분배에 별 효과가 없음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0~2014년 국내총생산(GDP) 누적 성장률은 73.8%였다. 1인당 GDP로 따지면 62.1%에 이르지만, 가계의 실질소득 누적 증가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9%였다.

결국 정부의 수출 일변도 정책은 가뜩이나 곳간이 넘쳐나는 대기업들의 배만 불릴 뿐, 중소기업들의 '착한 성장'이나 민간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긴 애당초 힘들다는 방증인 셈이다.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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