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 가족 4마리가 서울 도심 한강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한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은 18일 "어미 한 마리와 새끼 세 마리로 구성된 수달 가족이 서울 천호대교 북단 일대에서 무인카메라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수달 가족이 카메라에 포착된 건 지난해 10월과 지난 2일 등 두 차례다. 지난해엔 수달 한 마리가 촬영됐고 이달 들어선 가족 네 마리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환경청은 지난해 3월 "한강 지류인 탄천에서 수달을 봤다"는 시민 제보에 따라 같은해 4월부터 한강 팔당댐 하류부터 하구까지 92km 구간에서 정밀조사를 벌였다.
조사 넉 달만인 지난해 8월 천호대교 북단 일대에서 수달 배설물과 먹이활동 흔적을 발견, 일대에 10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한 끝에 촬영에 성공했다.
이번에 발견된 수달 가족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비교적 서식하기에 안전한 팔당댐 하류 한강의 남북단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청은 이들의 서식지를 암사-고덕-미사수변습지로 보고 있다. 한강 밤섬과 난지공원-행주산성 구간도 적합성 평가 결과 서식지 후보로 꼽힌다.
한국수달보호협회 한성용 박사는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서식한다는 건 한강 일대의 생물 다양성이 개선됐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달은 주로 밤에 활동하며, 한번에 1~4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수컷의 세력권은 15km, 암컷은 7km 반경으로 물가의 나무뿌리나 바위 밑에 구멍을 파고 산다.
한때 모피를 위한 남획이나 밀렵으로 개체수가 감소하다가, 댐과 수중보 건설 등으로 서식지 환경이 악화되면서 멸종 위기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한강에선 1973년 팔당댐 건설로 상·하류 수생태계가 단절된 이후 40여년간 발견된 적이 없다. 1990년대 이후 실시된 공식 생태조사에서도 수달 서식이 확인된 사례는 전무하다.
한성용 박사는 "1998년에 사체가 한번 발견된 적이 있었지만 하류에서 살다 죽은 건지, 댐 상류에서 살다가 죽은 사체가 방류때 흘러내려온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후로도 종종 '수달 목격담'이 나오긴 했지만, 생김새가 비슷한 족제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당국은 이번에 발견된 수달 가족들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찬자연형 생태통로 확충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환경청 관계자는 "수달 가족이 발견된 지역은 자전거도로 울타리가 설치돼있어 추가적인 보호시설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야간 불법 낚시꾼이나 큰 개의 활동 제한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극소수 개체만 서식중일 경우 근친교배로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개체를 보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2017-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