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졸속' 국정교과서, 집필료는 1인당 수천만원

국정 역사교과서의 어문 규범 감수가 7일만에 졸속으로 이뤄지면서, 오탈자나 비문도 한 쪽당 평균 4.7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밀실 편찬'에 참여한 집필진들에겐 한 쪽당 최대 244만원까지 사상 최대 규모의 집필료가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13일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고교 국정교과서 3권의 어문 규범 감수는 지난달 7~13일간 이뤄졌다.

불과 일주일간 700쪽 넘는 분량을 감수한 것으로, 이 기간에 수정 또는 보완 권고 건수는 고교 한국사의 경우 1436건이었다. 특히 현대사를 다룬 7단원이 393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단기간에 감수가 이뤄지다 보니 수정·보완 권고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다수 발견됐다. 가령 일본 시마네현이 제정한 '죽도의 날'은 표기법에 맞춰 '다케시마(竹島)의 날'로 수정하란 게 권고사항이지만, '죽도의 날'로 그대로 표기됐다.

'전국 민주 청년 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이란 표기 역시 '전국 민주 청년 학생 총연맹(민청학련)사건'으로 권고대로 수정되지 않았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는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표방하며 국정을 시작하였다'는 문장 역시 정책 구호보다는 주요 정책을 쓰는 게 좋겠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제출받은 '교과서 표기 표현 감수 결과'에 따르면, 고교 한국사의 경우 1379건의 수정·보완사항으로 지적됐다. 291쪽의 현장검토본에서 한 쪽당 4.7건의 오류가 발견된 셈이다. 

국립국어원은 특히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여성'으로 대체할 것을 강력 권고했지만, 현장검토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국정교과서 집필진들은 이처럼 쪽당 4.7건의 오류를 내면서도, 쪽당 평균 7만~12만원을 집필료로 챙겼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3권의 교과서 대표 집필을 맡은 이화여대 신형식 명예교수, 건국대 이주영 명예교수, 고려대 박용운 명예교수는 각각 3657만 4020만원을 받기로 계약했다.

한 쪽당으로 계산하면 신 교수는 최대 243만 8268원, 이 교수는 203만 1890원, 박 교수는 126만원이 넘는 액수다. 책임연구원들도 3021만 3320원, 연구원들은 2011만 8840원~2560만 5800원을 집필료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 의원실 관계자는 "검정교과서 저자들은 보통 200만~300만원씩을 받는다"며 "국정교과서 집필진에게 지급된 금액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역사학계와 교육계 대다수가 초반부터 집필 등을 거부한 상황에서 '복면 집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금전적 혜택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게 됐다.


20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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