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뒤안길에 덩그러니…국정교과서도 '폐기' 수순

현 정부가 일년여 넘게 국가적 갈등과 혼선만 불러온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결국 이달안에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와 역사학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 정책으로 강행을 주도해왔지만, 압도적인 탄핵안 가결과 함께 동력도 명분도 잃게 됐기 때문이다.

교육부 이준식 장관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실국장 회의 및 차관·실장 간담회를 잇따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선 국정교과서의 현장 적용 문제도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장관은 12일 오후에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존 실·국장이 참석하던 간부회의를 과장급까지 확대해 열기로 했다. 당장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국정교과서에 대해 현안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정화 폐기 요구에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온 이 장관으로서도 탄핵안 가결 이후 처음 열리는 국회 보고에서 야권의 강한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이상 '청와대 눈치'를 볼 이유나 대상이 사라진 점도 전향적 태도 변화가 나올 것이란 예상에 힘을 싣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총리도 국정교과서 강행의 주역이긴 마찬가지이지만, 지금은 고시를 밀어붙이던 일년전과는 상황이 180도 다르다. 야권이 탄핵안 처리의 기세를 몰아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다음 수순으로 국정화 폐기를 벼르고 있어서다. 

탄핵안 가결 직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곧바로 "국정교과서 강행, 잘못된 위안부 협정 같은 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실정에 대해서도 즉각 중단을 요청하고 사회적 합의 절차와 국회 협의 과정을 요구하겠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따라서 내년 3월부터 일괄 적용하겠다며 강행해온 국정화 작업은 사실상 공중분해 수순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촛불 정국' 이후 교육부 안팎에서 국정화 전면 적용을 1년 유예하거나, 기존 검인정 교과서와 혼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란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론 눈치를 살피다 흘린 일종의 '출구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오류투성이에 편향적 기술로 가득찬 내용상 문제뿐 아니라, 국정화란 방식 자체가 퇴행적이기 떄문에 이런 방안들은 모두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사학과 하일식 교수는 "국정화 자체가 시대착오적 원죄"라며 "교육부가 공개한 현장검토본에 대해 수업 적용은커녕, 검토조차 거부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늦어도 현장검토본 의견수렴이 끝나는 23일까지 국정화 철회 입장을 공식 표명하지 않을 경우, '국정 농단'에 분노한 촛불 민심은 '역사 농단' 정상화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이 장관은 특히 교육부 수장일 뿐 아니라, 사회부처를 총괄하는 부총리도 겸임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사회 안정을 꾀하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차원에서라도 '마지막 결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201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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