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의 현대사 집필진 가운데 일부는 박근혜 대통령 하야나 탄핵에 반대해온 일명 '4% 세력'으로 드러났다.
특히 상당수는 '박정희 예찬론자'로 드러나, 역사를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현대사 집필에 참여한 '저의'를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28일 공개한 집필진 명단을 보면, 전체 31명 가운데 현대사 영역을 맡은 학자는 6명. 여기에 근대 분야를 전공한 현장교원 1명도 가세했다.
50쪽으로 엇비슷한 분량이지만 각각 3명의 인원이 배치된 고려사나 조선사에 비해 두 배가량의 인원이 현대사에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정작 현대사 집필진 가운데 현대사를 전공한 학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와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경제학자인 김낙년 동국대 교수와 김승욱 중앙대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까지 그야말로 전공이 제각각이다.
이에 대해 국사편찬위원회 김정배 위원장은 "현대사는 역사학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분류사적 입장에서 현대사를 채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집필진 가운데 극과 극에서 활동하는 분은 거의 없다고 확신한다"며 '이념 편향'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달리, 현대사 집필진 대부분은 '뉴라이트'를 비롯한 극우 성향의 인사들로 확인된다. "이념 편향을 탈피하려 국정화를 채택했다"는 정부의 그간 입장과도 모순임은 물론이다.
'과거'를 보는 시각은 특히 '현재'에도 투영된다. 헌법학자인 최대권 명예교수의 경우 최근의 '촛불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에 강력 반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교수는 지난 9일 '헌법의 기능'이란 주제강연에서 "헌법이 잘못돼 정치가 난장판이 된 게 아니라, 헌법을 악용하는 세력에 의해 일어난 소동이 더 많다"며 "지금 시위대들이 주장하는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주장은 헌법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는 불순세력이 선거를 거치지 않고 새 대통령을 만들려 하고, 불순한 정권을 세우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 단초가 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선 "어떤 불법을 행했는지 정확한 조사와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왈가왈부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에도 5.16쿠데타를 '군사혁명'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불순세력의 간섭과 궁핍으로부터 자유를 주신 분"이라며 극찬해왔다.
대통령 직속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는 유호열 교수 역시 '하야 반대론자'로 평가됐다. 유 교수는 '100만 촛불'이 타오르던 지난달 26일에도 자신의 SNS에 "하느님 앞에 죄 없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할 때"란 글을 올렸다.
유 교수는 이날 비난 여론이 일자 "페이스북이 소통의 장이긴 하지만 때로 오해와 왜곡을 낳기도 한다"며 "내 의도나 삶과는 전혀 다르게 폄하하는 글들을 접하고 보니 비참하고 한없이 슬프다"고 SNS에 올렸다.
육사 나종남 교수도 구설수에 오르긴 마찬가지다. 지난 2014년 자신의 SNS에 "박정희야말로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거나 "자유란 그 나라의 수준에 맞게 제한돼야 한다. 이를 독재로 매도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글을 옮겨둔 게 논란이 됐다.
덕성여대 사학과 한상권 교수는 "역사학자가 한 명도 없다는 자체가 현대사 서술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대착오적' 국정화에 반발해 대부분 집필 거부를 선언했을 뿐, 현대사를 전공한 학자가 200명이 넘는데도 정부가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희대의 국정 농단 사태에도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4%,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이 일년간 '밀실 편찬'으로 현대사를 농단한 꼴이 됐다.
이들이 집필한 국정교과서 현대사 50쪽 분량 가운데는 '새마을운동'과 '중화학 공업 육성' 등 박정희 정권을 설명하는데만 10쪽이 할애됐다. 반면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집권기는 모두 합쳐 6쪽에 그쳤다.
정부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라 명명했지만, 국민 대다수의 생각과는 '올이 다른 교과서'란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2016-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