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각층의 폐기 요구에도 일년간 '밀실 편찬'을 이어온 역사 국정교과서가 28일 결국 베일을 벗었다.
교육부 이준식 장관과 국사편찬위원회(국편) 김정배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중학교 역사 1, 2'와 '고등학교 한국사' 등 3권의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일명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같은 시각 전용 웹사이트(historytextbook.moe.go.kr)에도 e북 형태로 게시됐다.
이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해 개발했다"며 "학계 권위자로 집필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김정배 위원장도 "특정 이념으로 치우친 편향성을 바로잡고, 실사구시의 자세로 만들었다"며 "미래의 역군이 될 청소년들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현장검토본은 다음달 23일까지 해당 웹사이트에서 열람할 수 있고, 의견 수렴도 동시에 진행된다. 일반 국민은 휴대폰 인증이나 아이폰으로, 역사 교사는 EPKI(교육부 행정전자서명)으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장관은 "접수된 의견은 국편과 국립국어원에서 집필진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반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최종본은 내년 1월말쯤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와 국편은 그동안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온 이른바 '복면 집필진' 명단도 이날 공개했다. 집필진 규모는 당초 알려진 46명이 아닌 31명이다.
이 가운데 중학교 교과서 편찬에만 참여한 집필진은 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27명은 중고교 교과서 집필에 중복 참여했다. 이 장관은 그러나" "기존 검정교과서보다 평균 3.5배 많은 집필인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집필진 가운데는 극우 성향인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대거 포함됐고, 논쟁적 요소가 다분한 현대사 영역은 모두 경제학과 군사학 등 '역사 비(非)전공자'들로 채워졌다.
31명의 집필진 가운데 '선사·고대' 영역은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4명, 고려 3명, 조선 3명, 근대 3명, 현대 6명, 세계사 5명이 역할을 분담했다. 또 전현직 교사인 '현장교원' 7명이 각 영역에서 함께 집필에 참여했다.
교육부와 국편은 다음달 23일 의견 수렴 기간이 끝나면, 편찬심의위원 16명의 최종 수정 및 심의를 거쳐 최종본을 확정한 뒤, 인쇄와 배포에 들어갈 계획이다.
심의위원 명단은 최종본과 함께 공개될 예정이어서, 이날 공개된 현장검토본에 어떤 내용이 또 추가되거나 수정될지는 미지수다.
일선 교육 현장과 역사학계에서는 이미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국정화 즉각 폐기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전국 역사학계 교수 561명을 비롯해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역사교사모임 등에 소속된 현직 교사들은 현장 검토를 일체 거부할 예정이어서 향후 진행 절차에도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여곡절 끝에 현장검토를 마치고 최종본을 내놓는다 해도,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이미 배포 및 대금 지급 거부 등에 나설 것임을 경고한 바 있어서 실제 교실 적용까지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형국이다.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현장검토본에 대해 "한마디로 뉴라이트 역사관의 완결판"이라며, 이날 오후 2시 30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2016-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