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사흘 앞두고 25일 오후 '편찬기준'을 공개했다.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편찬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건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 요구가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
편찬기준은 교과서의 서술 기준과 원칙을 담는 '가이드라인'으로, 원래 집필 착수 단계에서 공개돼야 하지만, 현 정부는 46명의 집필진 면면과 함께 일체 비밀에 부쳐왔다.
이날 공개된 편찬기준을 살펴보면 그동안 역사학계와 교육계에서 우려해왔던 '뉴라이트 관점'이 대거 반영됐다.
가장 큰 논쟁거리였던 '대한민국 수립' 시점의 경우 사실상 뉴라이트가 1948년 8월 15일로 지목해온 '건국절 개념'을 수용했다.
편찬기준은 '성취기준'을 통해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파악하고, 6⋅25 전쟁의 발발 배경 및 전개 과정과 전후 복구 노력을 살펴본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유엔의 결의에 따른 5․10 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을 서술한다"고 돼있다.
이같은 지침은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로 여겨온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일'로 규정함으로써,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사실상 배제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편찬기준은 다만 "대한민국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하였음을 설명하고, 제헌 헌법의 이념 및 역사적 의미에 대해 서술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광복 이후 스탈린의 정부 수립 지시에 따른 북조선 임시 인민 위원회 설치 등 북한의 정권 수립 움직임이 대한민국 수립 추진보다 먼저 있었음에 유의한다"거나 "대한민국 수립을 전후하여 제주 4․3 사건이 발생하였음에 유의한다"는 지침에서 보듯, 1948년이 '대한민국 수립' 임을 강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편찬기준은 또 "역대 정부를 서술할 경우에는 집필자의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고 그 공과를 균형있게 다루도록 유의한다"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독재 시절 있던 '공'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는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대한민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룩한 대표적인 국가임에 유의한다"면서 "새마을 운동이 농촌 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 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 유의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계획을 기반으로 이룩한 경제 발전의 과정과 그 성과를 시기별로 서술한다"거나 "농업국가에서 수출 주도형 경공업 산업을 거쳐 중화학 공업 및 정보통신 지식산업 중심의 산업국가로 개편이 이루어진 내용을 여러 사례를 통해 서술한다"는 지침도 포함됐다.
편찬기준은 이어 "경제 성장 과정에서 정부, 기업, 근로자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어려운 환경을 슬기롭게 헤쳐 나간 결과 오늘날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사실을 서술한다"며 "현 정부에 대한 서술은 국정 지표 제시 수준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국정 농단으로 지지율 4%에 탄핵 위기로까지 내몰린 박근혜정부의 '5대 국정지표'는 △활기찬 시장경제 △인재대국 △글로벌코리아 △능동적 복지 △섬기는 정부다.
정부는 이같은 편찬기준을 토대로 46명의 '복면 집필진'이 참여해 만든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뒤, 내년 3월부터 전국 중고교 학생들이 배우도록 할 방침이다.
2016-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