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둘러싼 일명 '약물 게이트'가 일파만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반주사'나 '백옥주사' 등 영양·미용 주사제에 이어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는 물론,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마취제까지 구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2014년 3월 이후 4종의 마취제 180개를 구매했다.
이 가운데는 비브라운코리아 수입사의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도 2014년 11월 20개, 지난해 11월 10개 등 모두 30개가 '경호실' 명의로 구매됐다. 용량은 개당 10㎖씩 300㎖에 이른다.
'에토미'로도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신경계 감각기관용 의약품으로 분류되며, 주로 전신 마취제로 쓰인다. 프로포폴과 마찬가지로 수면내시경에 주로 활용된다.
'우유 주사'로도 불리던 프로포폴의 경우 지난 2011년 마약류로 지정됐고, 이후 '에토미'가 프로포폴 대신 환각용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잦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만 해도 강남 유흥업소 여성 등에게 에토미를 빼돌려 고가에 팔아넘긴 폭력조직원과 유통책 등 일당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검찰청은 에토미 역시 마약류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상태다.
에토미를 3~5㎖가량 투약하면 환각 상태로 1시간 안에 잠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10㎖ 앰플의 경우 7만~8만원선에 거래되며, '주사 아줌마'로 불리는 전직 간호조무사 출신 여성들이 강남 일대 모텔이나 오피스텔 등지에서 에토미를 처방해주는 사례도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에토미는 프로포폴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토미로 마취시 부신 호르몬을 억제해 사망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와대가 왜 수면내시경 등 전신마취에 주로 쓰이는 에토미를 일년새 300㎖나 구입했는지 당장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일부 언론이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 하는데, 의무실장에게 확인한 결과 프로포폴 성분이 전혀 아니라고 한다"며, 세간의 상식과는 사뭇 다른 설명을 내놨다.
정 대변인은 "에토미는 신속한 기관 삽관을 위한 응급약품으로.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는 필수약품"이라며 "일종의 근육진정제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구매한 약품 가운데는 일명 '칙칙이'라고 불리는 국소마취제로도 쓰이는 리도카인염산염수화물, 또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인 한국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 60정과 그 복제약인 한미약품의 '팔팔정 50mg'도 304개 포함됐다.
정 대변인은 "비아그라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수행단의 고산병 치료제로 지난해 12월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비아그라는 고산병 증세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는 데다, 통상 고산병 치료에는 아세타졸아마이드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서도 정 대변인은 "남미 순방 당시 아세타졸아마이드를 구입해 가져갔지만 다들 고생을 많이 해서 아프리카 순방 때는 비아그라도 같이 가져갔다"고 거듭 해명했다.
청와대가 지난 2014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대통령실' 또는 '경호실' 명의로 사들인 의약품은 764건으로, 이 가운데는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백옥주사' 같은 미용 약품도 대거 포함됐다.
정 대변인은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해명한 데 이어, "너무도 엉뚱하고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2016-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