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여론 반대에도 강행해온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사실상 철회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씨와의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이 스스로 지명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정화 중단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정교과서란 게 과연 우리 사회에 합당한 것인지, 지속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또 "국정교과서뿐 아니라 재정 문제,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그러나 내 소신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도 했다.
이같은 입장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해온 평소 소신을 국정에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자는 국정화 강행을 놓고 논란이 뜨겁던 지난해 10월 22일 '국정화, 지금이라도 회군하라'는 칼럼 기고를 통해 "교과서를 국정으로 획일화해 강제하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또 다른 교과서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하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특히 김 후보자가 지명되기 전인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과 당면 현안들을 놓고 '독대'한 걸 감안하면, 핵심이슈 가운데 하나인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견도 당연히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교육부가 오는 28일 현장검토본과 46명의 집필진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 방향 설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과 독대한 김 후보가 "경제·사회 분야의 총괄 권한을 맡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한 걸로 볼 때, 교과서 국정화의 '출구전략'에 대해서도 의견 조율이 이뤄졌을 거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김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야당의 반대와 보이콧으로 부결된다 해도, 이미 박 대통령 스스로도 국정화 작업이 동력과 명분을 잃었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정책 추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단 청와대나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철회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현재로서는 역사 교과서 제작 일정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교육부는 일년전 당시 황우여 장관의 권한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철회 역시 교육부 장관의 고시로 이뤄질 수 있어, 향후 정부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2016-11-03